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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앨리 Nov 20. 2021

노화,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오디오 에세이를 듣고 쓰는 청후감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나는 왠지 나이를 조금 더 빨리 먹는 기분이 든다. 달력이 아직 2장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 나오는 10월부터는 내년도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을 짜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직 올해가 60일 이상 남았음에도 다가올 내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오가는 시기, 오디오 에세이 플랫폼 나디오에서 박현주 작가의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를 들었다.


노화와 운전을 엮어낸 첫 에피소드부터 공감했다. 장롱 면허에 불편함이 없던 내가 운전 연수를 받고 운전을 하게 된 계기에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잦아진 부모님의 병원 진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나는 혼자 운전해서 떠나는 여행에 로망이 있었다. 그 로망을 위해 취득한 운전면허증은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체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마흔 살,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는 나이가 되고서야 이 면허증은 실제 활용되었다. 어쩌면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에 나오는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건강, 덕질 등 익숙한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데는 노화가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Photo by NORTHFOLK on Unsplash


남들보다 2달 빨리 한 해를 시작하는 나는 늘어난 나이만큼이나 20년 차라는 연차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은 있지만, 일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다. 게다가 무거워진 연차는 새로운 것을 가볍게 시도하는 마음마저 짓눌렀었다. 평균이라는 숫자에 숨어 안정성을 추구하는 나는 누가 보더라도 괜찮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늘 남들과 비교하며 살았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스물다섯부터 지금까지 나의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흔 넷, 나를 위한 피드 포워드'에 대한 기록을 마친 뿌듯함도 잠시, 나는 또 남들과 비교했다.


'누군가는 나보다 늦게 쓰기 시작했고, 나보다 적은 글을 적었어도  제안도 받는데... ' ' 재능이 없나,  글이 재미없고 매력이 없는 것일까'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좋아서 시작한 것도 남들과 비교하는 한심한 모습이라니. 마음이 번잡하여 몸을 움직였다. 걸으면서 처음 쓰기 시작한 마음을 되새겨보았다. 작가로서 대단한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나도  번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냥 해보고 싶다는 처음의  마음이  자신을 묶고 있던 틀을 느슨하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읽고 쓰고 있는 요즘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단단하게 옥죄고 있던 쓸데없는 고집도 한 풀 꺾기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오는 필연적인 몸의 변화를 묵묵하게 받아들이며, 더욱더 단단한 마음으로 나를 살펴본다. 그리고 올해도 조금 빨리 2022년을 시작한 내게, 2021년에 수고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오래 쓰고 읽고 들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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