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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날 선물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들에게 뭘 할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갖고 싶다던 선물을 하나씩 사주기로 하고 

내가 아이들에게 준비할 수 있는 선물이 뭘까? 하다가... 


아이들 각자의 장점을 100개씩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날 당장 주지는 못하더래도 아이들과 저녁에 감사일기 하면서 

아이들의 장점을 10개씩 써보기로 했다. 


같이 누워서 이야기하니 더더욱 장점들이 잘 보였고 큰아들이 둘째 동생의 장점들을 힌트로 주기도 했다.

바쁜날은 건너뛰기도 했지만 생각나는 것 한두개라도 이야기 하면서 따로 핸드폰에 적어 놓았다. 

예전에도 한두번씩 아이들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100개까지 해보지는 않았다. 

아직 3일도 안되어서 30개도 못 채웠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어제밤에는 아이들이 엄마 장점도 하자면서 제안을 했다.

내가 어린이날 기념으로 시작한 선물이라 내 장점은 굳이 같이 나눌 생각을 안했는데 

아이들의 제안에 그러자 했다. 


그리고는 엄마의 장점을 이야기 해보자는 순간에 정말 아이들은 봇물을 터트리듯 장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울컥했다. 사실 나는 많이 부족한 엄마다. 감정조절에도 능하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어려워했고, 기준이 높아서 아이들이 버거워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 아는 그런 부족한 엄마다. 왠만한거 다 잘하는데(?ㅋㅋㅋ) ... 그 중 해도해도 잘 늘지않고 시간이 감에 따라 더 어려운 일들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육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 바로 나에겐 육아다. 


이렇게 버거워하는 나에게 아이들의 엄마 장점 말하기 배틀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부족하지만 노력한 순간들이 사라지지 않고 아이들의 기억과 감각과 순간들에 고스란히 베어든것 같기도 하고 그간의 시간들이 정말 뻘짓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며칠전 아들이 어버이날 선물 살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엄마에게 뭘 줄 수 있냐고 물었다. 편지와 쿠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는데 어제밤 나는 그 어느때보다 큰 감동의 선물을 아이들에게 받았다. 어린이날 선물로 준비한 100개의 장점은 아직 완성 되지 않았지만 매일 매일 아이들과 함께 장점을 나누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또다른 선물이 되면 좋겠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선물로 아이들이 생각해서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 그간의 육아의 시간들에 대한 어른이날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아이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낸 엄마의 장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장점 프로젝트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받은 선물 셀프 후기로 기억하고 싶다. 






 엄마의 장점



1. 우리 엄마다.

2. 우리를 사랑한다.

3. 우리에게 사랑한다 말한다.

4. 우리를 신경써준다.

5. 아빠를 사랑한다.

6. 심부름을 많이 시킨다(?)

7. 용돈을 준다.

8. 매일 운동을 한다.

9. 이불정리를 하라고 시킨다.

10. 엄마는 못하는게 없다.

11. 자전거를 잘 탄다.

12. 수영도 잘한다.

13. 재미있다.

14. 밥을 맛있게 챙겨준다.

15. 화내지 않을려고 노력한다.

16. 화가 났는데도 침착하게 말한다.

17. 엄마의 요리는 일품이다.

18. 엄마는 향그러운 냄새가 난다.

19.불평을 안하려고 한다.

20. 화장을 안해도 에쁘다.

21. 약속을 잘 지킨다.

22. 꾸준히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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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까지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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