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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네... 선생님. "

"그러게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한다고 하니 좀 더 설득을 해볼까요? "

"아... "

"콩쿠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거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과 후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또 아들이 변심한 이유가 뭔지도 궁금했다. 


학교에서 방과 후 시간에 피아노를 하는데 연말쯤에 피아노 콩쿠르에 아이들을 참여시키고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콩쿠르 여부를 물어보고 맹연습 중이었다. 큰 아이가 딱히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아이들이 다 나가기도 하고 기존에 어느 정도 칠 수 있는 것들을 더 노력해서 나가면 못 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엔 선생님이 물었을 때 나가볼게요.라고 대답했다고 해서 그냥 나가는구나 하고 알고 있었는데 아이가 선생님에게 따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콩쿠르 안 나가겠다고. 선생님도 아이를 여러모로 설득도 해보고 같이 나가보자고 했는데 아이가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다시 돌아온 대답은 콩쿠르 안나 가겠다고로 최종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엄마의 욕심이었을까? 이유가 뭐지?

사실 아이가 피아노에 유독 자신감이 없는 것이 맘에 걸려서 나도 콩쿠르에 나가서 좀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문화센터에서 여자 친구들과 자신의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이 아이에게 트라우마처럼 자리 잡은 것 같다. 또 아이 성향상 약간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자기 스스로 어떤 단계에 이르러서 잘한다고 생각할 때에만 자기가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이 있어서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주목받고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전혀 싫어하냐? 그건 아니었다. 자신이 자신 있고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것도 좋아한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여러 사람들 앞에 서보는 경험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잘 준비를 하고 누워서 아이들과 감사일기를 나누었다. 매일 하는 일상의 루틴 중 하나다. 그날 행복하고 좋았던 일에 대해서 감사하고 그렇게 잠이 든다. 그날은 아이와 누워서 감사일기를 하고 콩쿠르에 대해서 슬쩍 물어봤다. 

"선생님께 안 나간다고 이야기했어."

"왜?"

"처음엔 나가볼까? 해서 엄마는 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유가 있어?"

"연습도 더 많이 해야 하고 또 부끄러워."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 거야?"

"뭐든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데~"

"도전 자체도 의미 있는 일이야."


잠깐 정적이 흐르고 아이가 이야기했다. 


"콩쿠르 나가려면 새로운 곡을 연습해야 하고 집중 레슨을 15분 정도 더 받아야 한데."

"15분 정도 더 레슨을 받고 나면 나는 돌 봄시 간에서 하는 숙제를 못 마칠 것 같아."


아이의 이야기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돌 봄시 간에 내준 숙제는 바로 엄마가 내준 숙제이다. 

연산 몇 장과 영어 단어 쓰기 몇 개이기는 하지만 아이에게는 15분의 레슨 시간도 부담이었던 것이다. 


"그럼 엄마한테 이야기하지." 

"엄마가 레슨 받는 날만큼은 일정을 조절하거나 숙제를 빼주거나 할 수 있는 일인데... "


그러자 아이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콩쿠르 나가면 사람들 많은데 나가서 쳐야 하잖아."

"그럼 틀리거나 못 외우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

"내가 못 치면 엄마가 너무 실망하지 않을까?"


나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아이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너무 뜻밖이었다. 엄마의 실망이 걱정되고 불안해서 도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랑 약속한 숙제를 못해내는 것도 엄마를 실망시키는 것이 되는 것 같고, 콩쿠르에 나가서 혹시라도 실수하거나 틀리는 것이 아이에게는 엄마가 실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레슨이나 연습이 하기 싫은 이유였다면 그냥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났을 텐데... 

아이에게 더 큰 꿈과 도전과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인데 

거목 같은 아이를 내가 분재로 키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이렇게 크구나... 

내가 아이에게만은 우주고 세상이 될 수 있구나...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다시 한번 아이를 통해서 확인한 순간이었다. 

아이에게 조금 더 큰 세계를 보여주고 더 큰 도전을 하게 하고 두려움 없이 너를 지지하고 받쳐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 대신 아들을 꼭 안았다. 

"아들,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아들을 응원하니까 두려움 없이 어떤 것도 도전해봐. 

미리 겁먹지 말고 우선 해보는 것도 아들에게 많은 배움을 가져다주는 거란다. 


엄마 심리 수업에서 읽었던 "엄마의 기도"가 떠오른다. 


내 아이에게 중요한 순간에 현명한 선택을 하는 지혜를 주시고 
그 선택이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시고 
그래도 힘들어할 때 내 아이 손을 잡아줄 귀한 손을 보내주시고 
누군가 쓰러질 때 내 아이가 그 손을 잡아주는 사람을 주소서 
- 엄마심리 수업 중 엄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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