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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끌리는 여자.

난 오빠랑 결혼할래!

7살 딸랑구가 밥 먹다 말고 결혼 선언을 했다. 

설거지를 하다가 너무 웃겨서 딸랑구에게 물었다.


엄마: 왜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오빠는 너한테 장난치고 맨날 싸우는데? 

딸: 크면 오빠가 안 그러지 않을까?

엄마: 진짜? 

딸: 어른되면 장난 안치잖아!


아들이 속이 깊고 츤데례이긴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게 친절한 스타일도 아니고 늘 딸랑구의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아들이라 딸랑구의 선언이 의외였다.

아들랑구는 그 와중에 가족끼리는 결혼 못하는 거거든. 너랑은 못해. 딱 잘라 말했다. 


엄마: 아들에게 물었다. 만약 가족이 아니라면 너는 동생이랑 결혼하면 어때? 하니

아들: 음... 나는 막 좋지는 않은데? ㅋㅋㅋ 팩폭이 돌아왔다. 

엄마: 그럼 너의 이상형은 뭐야?

아들: 이상형이 뭔데?

엄마: 네가 좋아하는 여성 스타일? 뭐랄까? 좀 끌리고 매력이 있다고 느끼는 거? 혹은 너무 예쁘거나?

아들: 난 예쁜 건 그냥 그런데? 예쁜 건 오래가는 것 같지는  않아. 


오... 우선 이 대답에 의외였다. 물론 아들이 사춘기가 아닌 10살이란 걸 감안했을 때 하는 대답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예쁜 거에 목메는 스타일은 아니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예쁜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아는 아들이기를 바랐으니까.


엄마: 그럼 너는 누가 맘에 드니? 

아들: 나는 결혼할 수 있다면 엄마랑 하고 싶어.

엄마: ㅋㅋㅋㅋ 나는 다시는 누군가랑 결혼은 하지 않을 거야.


아들들이 사춘기 전에 할 수 있는 고백을 들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들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다. 


엄마: 에이 그냥 엄마 말고 그럼 엄마의 어떤 점이 너의 맘에 드는데?

아들: 음 엄마라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엄마라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아니... 이게 무슨... 깊이 있는 대화야?

10살이 느끼는 사람의 매력은 뭘까?


엄마: 엄마. 김 소 정한테 느껴지는 매력이 뭐야?

아들: 음... 좀 친절하달까? 

엥? 난 전혀 친절한 타입의 엄마가 아니다. 너무 화를 많이 내서 뒷목 잡는 스타일인데... ㅎㅎㅎ 헛웃음이 나왔지만 아들 말을 요약해보니 일종의 츤데레 타입이라는 것이다. 평소엔 친절하지 않지만 어떤 중요한 순간에 온전히 빠져들게 한다나 뭐라나... 


엄마: 그리고 또? 어떤 매력? 

아들: 엄마는 뭔가 삶의 지혜를 나눠주고 삶의 가르침을 준다고 할까? 


우리 아들... 지적인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엄마: 그런 게 아들에게는 매력적인 거구나? 

아들: 응. 그래도 이왕이면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 

엄마: 하하하. 아들 고마워~ 


아들이랑 대화하면서 엄마의 인간적 매력에 끌린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인간적 매력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은 누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그 매력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잠깐 동안의 가면을 쓰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매력은 그 사람의 삶의 태도와 방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누구나 다 느끼진 못해도 
가까운 누군가에게는 들킬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매력 아닐까? 

아이들과 인간적 매력에 관한 대화가 이뤄질 줄은 몰랐다. 10살에게도 먹히는 인간적 매력!! 급 어깨뽕과 자부심 뿜뿜하며 내 매력이 뭘까? 생각해본다. 솔직하다! 유머스럽다! 진지하다! 앞뒤가 같다! 진정성이 있다! 등등등..... 

타인에게 인간적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가까운 사람인 아들에게 인간적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꽤 쿨한 기분이 든다.


10살이지만 아들의 안목에 대해서도 놀랐다. 단순히 엄마를 골라서가 아니라... ㅋㅋㅋ

아들이 사람을 보는 데 있어서 겉모습이나 겉치레에 현혹되기보다 그 사람의 진실된 매력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 가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삶을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촉과 감을 가지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오래간만에 아들 덕분에 인간적 매력을 생각해봤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매력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매력자본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매력 자본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루고, 알아채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매력을 흘려보냈을 뿐이다. 이제는 잊고 지냈던 내 안의 매력 자본을 꺼내 정교하게 갈고닦을 때이다. 매력 자본은 그것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사람에게 든든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경제, 사회, 문화에 이어서 매력이 제4 자산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혹시, 엄마, 아빠, 딸, 며느리, 아들, 사위 노릇에 과장, 부장이라는 역할에 치여서  우리의 매력을 잠자게 내버려 두고 있는 건 아닐지 한번 자신의 매력을 흔들어 깨워보자. 나 역시도 이참에 내 안의 잠자는 매력을 한번 흔들어 깨워야겠다. 


우리 쫌 괜찮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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