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엘리자베스에서 나이즈나로 향한다. 사실 가는 길에 들려 볼 만한 많은 곳들이 있지만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로 유명한 치치카마도 지나간다. 번지 점프한다면 정말 이 곳에서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차마 선택하지 못했다.
엄마 입장에서도 딸이랑 왔는데 딸이 혹시나 위험하거나 다치거나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 있었다. 최대한 액티비티는 안정적인 것으로 하기 원하셨다. 나도 혼자 번지점프를 하기에 엄마가 하루 일정을 날려버리는 게 조금 미안했고 그렇다고 엄마가 번지 점프하는 건 나 역시 반대라 욕심을 접고 일정을 짰다.
가는 길엔 정글 같은 숲을 지나 낮은 초원 그리고 협곡도 지나왔다. 번지점프를 하려던 치치카마도 지나갔다.
눈으로 즐기는 협곡으로 마음을 달래 본다. 오늘 우리의 숙소는 나이즈나 백패커 게스트하우스다. 해변가까지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나이즈나는 선착장으로 멋진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바로 바다를 바라보는 레스토랑으로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DRY DOCK이라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다들 여유롭고 한가로웠다. 우리도 긴 여행 여정 가운데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여유시간을 만끽했다.
새우, 홍합, 생선이 있는 메뉴로 샐러드와 메인 디쉬를 시켰다. 좀 늦은 아점을 먹고 그간의 여행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곳은 아프리카라기보다는 유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날씨도 선선하고 따사로운 햇살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오래간만에 와이파이도 가능한 곳이라 가족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했다.
오늘 나이즈나에서의 메인 일정은 크루즈다. 이 크루즈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맥주와 음료뿐 아니라 간단한 핑거푸드까지 포함되어 있다. 석양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로 크루즈 내부는 따뜻하고 평화롭고 아늑했다.
마음 같으면 맥주를 몇 병이라도 마시고 싶은 심정이지만 원래도 술을 못하고 엄마랑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긴장을 놓기가 쉽지 않다. 엄마랑 둘이 한 병을 가지고 나눠 마시면서 어느새 둘 다 얼굴이 벌겋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 너무 웃길 것 같았다. 한 병씩 마신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술 마신 티가 잘 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고, 좋은 기분에 우리는 취했다. 느리게 움직이는 크루즈는 자연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호수를 끼고 낮은 산자락에 위치한 별장 같은 집들이 펼쳐졌다. 그림의 한 장면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날을 떠올리니, 크루즈에서의 나의 감정과 기분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그 평화로운 느낌이 코끝으로 전해진다.
여행은 우리의 감각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세상에 좋은 여행지는 참 많다.
그러나 그 여행지를 떠올렸을 때 우리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나?
신기하게도 정말 그 여행지의 멋진 건물이나 유적지보다는 그걸 느끼고 만끽하던 그 느낌과 기분이 떠오른다. 그래서 꼭 타임머신을 탄 것 같다. 한참 지났지만 내 기억을 통해서 그때의 나로 되돌아갈 수 있다.
여행은....
그렇게 나에게 축적된 시간을 선물한다.
약 2시간가량의 크루즈 여행을 즐기고 돌아오는 즈음 석양이 진다. 호수는 더 붉게 물들어간다.
엄마와 나의 여행, 석양을 배경으로 우리도 한 장의 사진을 남겨본다.
사진 한 장이지만,
그날의 나의 감각과 느낌이
온전히 담겨 있어서
내겐 꼭 타임머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