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순재도 아니고....

캔고 케이브와 타조농장 가는 길


조지 입성이라는 기쁨도 잠시… 그나마 하이웨이는 멈춤 없이 달릴 수 있었는데 시내로 들어오면서부터는 중간중간 신호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신호등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출발만 하면 오토매틱 못지않게 잘 달리다가도 멈추는 건 연습이 안되어서 시동을 꺼뜨리기를 여전히 반복하며 달린다.


시동을 다시 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때마다 급발진으로 차는 굉음을 내고 톡톡 튀어 나갔다. 처음엔 클락션을 울리던 뒤차들도 슬금슬금 알아서 피해 간다. 괜히 옆에 있다가 사고나 안 나면 다행이겠다 싶은 눈치다. 알아서 피해 가주면 땡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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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을 저리며 오춘까지 달려간다. 가는 길이 예쁘고 아름다웠다. 바즈 버스를 탔다면 풍경사진을 수없이 찍으면서 달릴 거리이다. 그러나"직진 순재같은 직진 쏘중”이라고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어서 오로지 눈앞의 풍광만으로 감탄하며 달려 나갔다. 오춘에서 캔고 케이브까지는 약 29킬로 미터다. 지금 생각하니 가까운 거리다... 그때는 어찌 그리 멀게만 느껴지던지...


지도도 없이 오로지 전광판만 보면서 의지해 달려 나가고 있다. 목적지의 위치를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다. 지도도 네비도 없는 상황에서 설마 길을 놓쳤을까 노심초사하느라 얼굴이 늙어감을 느낀다. 다크서클은 이미 무릎까지 내려간 거 같다.


오오!!! 저 멀리 캔고 케이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안까지 들어가니 자리가 널찍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 버스 대는 곳이었다.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에 주차선은 보이지도 않는다. 주차 도우미분이 작은 차를 대는 소형 라인을 가리켰지만 내가 다시 시동을 거는 사이 엔진의 떨림만이 수차례 계속되었다. 도우미분은 그냥 거기에 그대로 파킹을 허락하셨다. 차를 끌고 온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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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넘어서 도착했다. 그러나 점심은커녕 입맛도 없고 이 긴장감이 멈춰지지 않는다. 여전히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퍼져서 극도로 흥분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아니면 도착했다는 기쁨의 에너지인가? 흥분과 환각 사태의 그 중간 즈음 같았다.


캔고 케이브 투어는 시간별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 적합한 2시 코스는 이미 사람이 풀로 찼다는 이야기에 걱정이 앞섰다. 3시 코스로 투어를 하자니 다음에 방문할 타조농장의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장소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4시 30분까지 도착한다는 것은 무리수였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았는지 Info 직원이 다급하게 2시 코스 자리가 비었으니 함께 쪼인 하라고 했다. 점심이고 뭐고 바로 동굴로 들어갔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60분짜리 투어였다. 모든 것을 예비하신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충만해졌다. 차분한 흑인 남자 가이드는 각각의 큰 5개의 종유석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모양과 만들어지는 모습에 관한 것들을 설명해 주셨다.


사실 투어 신청하면서 레소토 투어의 악몽이 있어서 엄마가 이걸 맘에 안 들어하시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그 크기며 모양이 입이 딱 벌어지게 멋있어서 그런지 엄마는 흡족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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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가량의 투어를 마치고 맨 마지막 코스에서 직원들이 콘서트처럼 노래를 불렀다. 같이 동반했던 투어가이드들도 함께 노래를 불렀다. 동굴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와 많은 사람들의 화음이 하모니를 이루는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동굴 속의 그 촉촉한 수분이 노래 미스트가 된 듯, 노래로 얼굴을 적시는 느낌이었다.

감동적이었다. 글을 적는 지금도 어렴풋하지만 그날의 그 촉촉한 느낌의 성가 노래가 잊히지 않는다. 여전히 귓가를 울린다. 캔고 케이브에서 감동을 한가득 안고 나왔다.


2시 투어 덕분에 다음 코스인 타조농장 코스가 좀 여유가 있었다. 작은 농장보다는 조금 규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음 코스가 있으니 운전을 미룰 수는 없었다. 오춘을 지나 사파리를 지나가는데 길을 모르겠다. 하이웨이 같은 길이 아니기에 사잇길을 찾아가야 했다. 오로지 기억에 의존했다.


Info직원은 나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오른쪽으로 한번, 그리고 왼쪽으로 한번, 꺾어서 쭉 가면 거기 왼쪽에 사파리라는 타조 농장이 있을 거라 했다. 하하하 나는 할 수 있다!!!!


이 말만 듣고 출발한 나도 미친 거다. 운전도 잘 못하면서…. 그땐 젊어서 용감했나 보다. 모르는 길을 계속 갈 수는 없었다. 눈앞에 천천히 가는 차량이 눈에 띄었다. 그 차량을 향해 무조건 따라갔다. 심지어 그 차는 자신의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길거리에서 스무스하게 멈출 수 없어서 그저 따라갔다. 남의 집 주차장까지 다행히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보지는 않았는지 주차장으로 따라 들어가자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와 함께 동시에 시동은 저절로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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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하다가 도저히 설명이 어려울 것 같은지 자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가는 데 가는 길에 그 사파리라는 농장이 있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녀를 따라가는 것은 그나마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르쳐준 길로 한참을 따라갔다. 차를 멈추지 못해서 백밀러로 감사의 손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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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타조농장의 마지막 투어코스 시간을 넘기지 않고 도착했다. 오늘은 40도가 넘는 날씨다. 타조 타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더구나 너무 땡볕인 시간이라 타조를 타는 것도 미안했다. 영상도 보고 다양한 종류의 타조도 구경하고 부화하는 과정들도 볼 수 있었다.


사실 그 전에는 타조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본 적이 없기에 막연하게 크다 정도일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타조를 보니 왜 사람들이 타조를 타는지 알 정도로 튼튼했다. 공룡 다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발톱 역시도 신발처럼 단단하고 두꺼웠다. 이러니 타조 타기 경기가 있구나 했다. 타조알은 쉽게 깨지지 않아서 각종 공예품을 만들기도 했다.


켄고 케이브의 거대한 장관을 본 것도, 타조를 가까이서 본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일정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오늘은 가장 큰 기쁨이자 성취이다. 이제는 모슬 베이까지만 가면 오늘의 고달프고 힘들었던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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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 상태에서 일정에 쫓겨서 먹지 못했던 점심을 챙겨 먹고 여유롭게 우리를 이곳까지 “안전히” 데려다준 현대차 I 10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모셀베이를 향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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