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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 다온 Aug 31. 2023

ADHD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1)

첫 번째 - 합리적 낙관주의


나는 낙관주의자다. 인생이 언제나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작은 불운부터 심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떤 상황도 최선의 삶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라거나, 머리가 꽃밭이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차라리 염세주의자인가 싶을 정도로 세계를 비정하게 인식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용은 언제나 분노, 후회, 슬픔 등의 불순물을 충분히 쏟아낸 다음의 일이다.


합리적 낙관주의는 무조건적인 긍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냉철한 현실인식과 문제해결적 접근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른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다.


미국 장교였던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가 되어 약 90cm*275cm의 독방에 감금되었다. 8년 만에 풀려난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언젠가 그곳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상황이 무엇과도 바꿔지지 않을 제 삶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임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 마침내 이기겠다는 믿음과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훈련을 절대로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스톡테일은 가혹한 현실을 수용하는 동시에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신념으로 상황을 이겨냈다. 이처럼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은 수용하고, 통제 가능한 상황에 집중하여 문제해결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합리적 낙관주의다.


반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이면 풀려나겠지, 크리스마스에는 풀려나겠지'하며 현실을 외면하다 반복된 상실감에 죽고 말았다. 그들의 막연한 낙관주의는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도리어 비관적이며, 자기기만적이다.






ADHD의 세계는 무질서와 예측 불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어떤 충동이 나를 언제,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없다. 혼돈 속을 떠돌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무언가를 놓쳤거나, 저질렀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 예기치 못한 사건들 앞에서는 후회와 절망도 사치다. ADHD의 주의집중력은 당장 눈앞의 일에 대처하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다가는 좌초되기 십상이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부정적인 감정은 짧고 굵게 털어내고, 문제해결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그게 습관이 되어 임기응변에 능해졌고, 성공 경험이 함께 쌓여 낙관주의적 사고가 강화된 것이다.


합리적 낙관주의는 지도도 없는 이 예측 불가능성의 세계를 항해하기 위한 단 하나의 나침반이다. 격랑 속에서도 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 헤맬지언정 반드시 도착하겠다는 신념이다. 지금 여기가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지점이고, 이 순간의 내가 모든 경험의 총합이라면, 시련마저도 더 나은 삶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된다.


어쩌면 합리적 낙관주의는 ADHD 환자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인 동시에 필연적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어쩌면,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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