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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May 14. 2018

우리가, 아니 내가 왜 결혼을 했냐면

: 결혼은 선택의 문제다를 설명충 하시오.


   결혼은 선택의 문제다.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고? 원래 우리 대부분은 당연한 소릴 알면서도 쉽게 모른 척하면서 산다.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거 뭐 이런 소리 말이다. 그러니까,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는 것도 그 중에 하나라는 거다. 심지어 정말 진짜 엄청 매우 많은 선택의 총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느냐도 엄청난 선택의 연속이었다. 여긴, 마요르카.


   하나씩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우선 결혼을 할지 말지부터 말이다. 결혼을, 해야 하는가? 왜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대한 답이 “당연히 결혼은 해야지”라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당연한 건, 뭘까하고 말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습되어진 것이 많다. 예를 들면, 한민족이니까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부터 (그럼 게르만인은 다 모여서 살아야하나? 50여개의 민족이 모인 중국은 왜 나라가 하나임?) 효도는 죽어서라도 해야 할 덕목 같은 (심청이는 효심이 거룩해서 자신의 목숨 조차도 가벼이 여기는 놀라운 아이다!) 그런 거 말이다. 결혼도 역시, 그러하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게 되니까. 교과서에서도 4인 핵가족과 6인 대가족이라고 분류하며 설명하니까. 자연스레 결혼을 해야 하고 가족을 만들어야한다는 학습이랄까.
   솔직해지자. 지금 결혼을 하는 대부분의 남녀는 자신의 힘으로만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도 구하기 쉽지 않다. 혼자 살면? 혼자 살만한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어느 누군가를 먹여 살리거나 다른 누군가를 책임져야할 상황에서도 자유롭다. 20-30년을 혼자 방을 독차지하다가 일주일에 두서너번 만나던 사람과 한 공간을 공유해야하는 수고로움도 겪지 않을 수 있다. 이외에도 기타 등등, 자신의 삶을 스스로 건사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가정 하에 사실 거의 대부분은 혼자 사는 게 편하거나 이득이다. 정말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생각했을 때 그러한 결론이 나왔다. 이걸 만나는 후배, 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해서 지금의 배우자님께 그만 좀 하라는 핀잔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근데 왜, 결혼을 했냐면 결국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는 사람’과 행복한 게 더 크다면 결혼을 하면 된다.

- 결혼 안 하면 이런 데 하루에 다 돌아다녀볼 일이 없겠지


   그럼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같이 살면 행복할 사람을 만나는 단계 말이다. 이건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하는 상대방이란 다 개인의 취향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모를 보든 경제력을 보든 마음씨만 보든 유서 깊은 상대 집안의 내력을 보든. 여기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없다.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하다 생각하면 거기에 맞추면 되고 상대방의 재력이 필요하다면 거기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 사람의 무엇으로 행복할지, 어떤 것에 중점으로 두고, 무엇을 무시할지 비중의 문제란 거다.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알다시피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은, 없다. 없을 거다. 내가 다 사람을 다 만나본 건 아니니까 장담할 순 없지. 그러니까 나와 상호 보완적인 혹은 후회할 부분을 적게 만들 수 있는, 아니면 너무 좋아서 미쳐 돌아버리겠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그런 사람을 찾으면 되는 거다.
   또 당연한 소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 하나만 더 기억해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는 결국 나의 문제라는 것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상대방이 달라진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길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냥 나의 문제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라.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수많은 상대방이 존재한다. 그럼 그 중에서 내가 원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나의 노력과 나의 가치관과 나의 시간과 나의... 나의 모든 걸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아니. 뭐. 그 정도로 막 열심히 할 만큼 상대방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국인의 기대 수명을 80세 전후로 봤을 때 서른 살 전후에 결혼을 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만난 당신의 배우자는 무려 50여년을 같이 보내야할 사람이다. 큰 별일이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도 그냥 쉽게 쉽게 흘러 흘러 막 결혼할 배우자를 만난다고? 아니 뭐, 그렇게 한다면야 말릴 순 없겠지만.

-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를 불렀던 건 아니지만.


   노력에 노력에 노력을 더해 사랑하는 당신을 만났다면,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이냐가 남아있다. 여기에선 두가지. ‘결혼식’과 ‘결혼’이다. 이건 충분히 분리해서 생각해볼만 하다. 결혼식은 하나의 챕터로도 충분한, 선택할 게 수만가지인 문제니까. 결혼식을 하기 싫을 수도 있고 로망이 있을 수도 있고 각자의 사정도 존재하며 부모님의 입김이 작용한다. 아니, 부모님만 작용하면 다행이지. 일가친척 사돈의 팔촌의 의견도 다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결혼식 하나로만 말이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나. 아. 이건 정말이지 다음 기회에 풀어내야할 주제다. 여기에서 쓰다보면 끝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결혼식 말고 결혼을 준비해요. 더 많이.” 결혼을 결정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좋았던 말이다. 다음을 약속하고 우리는 대부분 결혼식을 준비하지만 사실 아까 말한 대로라면, 결혼식은 둘이서 죽을 때까지 함께할 50여년의 단 하루일뿐이다. 음. 물론 이렇게 말하기엔 좀 큰 의미를 지니긴 하지만.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해야할 건 결혼식보다 결혼이라는 것. 그게 훨씬 더 큰 문제라는 걸 알아야한다. 다시 한 번 아까도 말했지만 30여년을 따로 떨어져 살아온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함께 살지를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화장실의 변기를 올리고 내리는 사소한 문제(라고 하지만 이것 또한 아주 거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부터 식사를 언제 주로 먹는지 어떤 부분을 불편해하고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등등등등등의 셀 수 없는, 그동안 연애를 하면서, 만나면서 알고 있던 게 정말 사실은 빙산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는........그 순간을 준비해야한다. 진지하다.

- 살면서 한 번 올 일이 있을까 말까한 동네였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당신의 고향.


   이렇게 크게 잡으면 4단계지만, 그 안에 미치도록 셀 수 없을 만큼의 선택의 문제가 담겨있다. 뭐, 단순화 가정을 거치면 또 이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간단한 것만은 아닌 것이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 최고봉인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처음엔, 와. 나라도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진짜 정말 완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 할 때가 다 되어가니 이 수많은 선택의 과정을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물론 돈이 중요하긴 했지만, 사람이 더 주요 사항이었다는 이야기다. 아 방금 이만큼을 끼적이고 있는 나를 보고선 으. 지긋지긋해 라고 말하며 사라지긴 했지만.

   결혼은 선택의 문제다. 그것도 살면서 가장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수능과 비교할 수도 없는, 당신의 남은 삶을 결정짓는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한 문제다. 수능은 공부를 안 하면 그냥 거기에서 끝나기라도 하지, 결혼은 그렇지도 않으니까 더 노력하고 더 의지를 보여야할, 말 그대로의 선택이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써놓았냐면, 사실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지내서가 아니다. 이것을 깨달아야 모든 것의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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