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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Jun 19. 2018

전술의 실패로 진 경기다

러시아 월드컵 1차전, vs 스웨덴.


의외였다. 베스트 라인업 명단을 받았을 때 최전방 공격수에 김신욱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현우? 슈퍼 세이브나 공중볼 처리에 김승규보다 강점이 있기에 이해가 갔다. 구자철? 경험과 활동량에서 정우영보다 앞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신욱이라고? 평가전에서 볼 수 없었던 4-3-3이었다. 이래서, 그동안 연막작전을 펼친 건가.

고민했다. 선발 선수와 포메이션은 그날의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예상할 수 있는 큰 그림이 된다. 신태용 감독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 예상하면, 이러하다. 스웨덴의 완성도 높은 4-4-2는 전체적으로 자신의 진영, 낮은 위치에서부터 시작한다. 수비 라인 뒷공간을 공략하기 쉬운 형태가 아니란 거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볼 점유율 가져가면서 풀어나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김신욱을 투입한다. 전방 압박과 뒷공간 공략이라는 키워드 대신 제공권 싸움과 상대 라인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그리하여 전반을, 후반 중반까지 최대한 버틴다. 후반 중반 이후, 우리나라를 1승 제물로 생각하는 스웨덴 역시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릴 때 김신욱이나 구자철 대신 이승우나 문선민 같은 선수로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템포의 역습이나 돌려치기를 중심으로한 공격을 펼친다.

실패했다. 전반 10분까지는 괜찮았다. 점유율도 앞섰고 상대의 라인이 쉽게 올라오지 못했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관중석 헤드셋으로 이야기해줬는지 모르지만 스웨덴이 전체적으로 라인을 높게 형성해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점유율도 동시에 가져갔다. 김신욱은 하프라인 근처, 혹은 그보다 아래 우리 진영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상대의 뒷공간은 넘치는데 공략할 선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라인은 전체적으로 내려갔고 손흥민과 황희찬은 우리 진영 코너까지 가서 수비를 도왔다. 그들이 빠른 역습으로 전개를 하려고 하면, 김신욱은 그 속도에 맞춰서 페널티 지역까지 도달하지도 못했다.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기엔, 일단 그런 스타일의 2선 자원도 없었으며 풀백은 설상가상, 왼쪽의 박주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가기까지 한다. 결국 크로스든 뭐든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김신욱으로 싸워주길 기대했으나 하프라인 근처에서 수비진이 걷어내는 볼을 따내기에 급급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김신욱을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상황이랄까. 그러니까 전반전은, 우리가 잘해서 버틴 게 아니라 이도저도 아니게 버텨진 거였다. 수비 축구로 유명한 스웨덴에 점유율이 6:4정도로 밀린 게, 이를 증명한다.

아까웠다. 두 장의 교체 카드 말이다. 박주호의 부상으로 인한 김민우 투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자. 왼쪽 자원 중에 크로스가 가장 좋지 않은 선수의 등장으로 김신욱의 활용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홍철의 수비가 더 좋지 않으니. 그러나 두 번째 교체 카드는. 김신욱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해서 구자철이 2선의 왼쪽으로 위치하는 4-4-2로 전환하려 했으나 바로 그 직전에 실점을 하고 말았다. 0:0으로 버티는 상황에서 빠른 공격과 압박의 키워드로 전환하려 했으나 시나리오가 바로 그 전에 수정된 것이다. 정우영의 투입으로 보면 분명, 처음에 이야기한 버티기-> 공격 전환이 큰 그림이었던 것 같은데, 실점을 함으로써 이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다른 쪽대본이라도 필요했다. 이승우나 문선민의 이른 투입을 고려하지 못한 게 아쉬워 지는 순간이랄까. 독일이 멕시코에게 져버린 바람에 스웨덴전은 사실, 승리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느린 스웨덴 수비수를 공략하기 위해 선발했다는 문선민은, 트릭이었을까.

실패했다. 후반 마지막 15분 정도, 경기의 주도권은 가져왔어도 말이다. 스웨덴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견고한 4-4-2 구축을 통해 굳히기에 들어갔고, 뒤늦게 들어간 이승우와 손흥민은 공간이 없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했던 게, 양질의 크로스와 김신욱이었을 텐데. 생각해보면 경기 중에 이용-김신욱으로 연결되는 장면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박주호의 부상 이탈과 평가전에서 다쳐 아무래도 그 전보다 컨디션이 안 좋아보였던 이용의 경기력이 두고두고 아쉽달까.

잘 싸웠다고 하기도 뭐하고 못 싸웠다고 하기도 뭐한 경기력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별로 인상 깊지 읺은 경기력을 보여준 상대에게. 예상 가능하다던, 완고하다고 할 정도의 스웨덴이 오히려 적절한 라인 컨트롤과 전술적 대응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간 반면 우리는 실패한 큰 그림으로 일관되게 싸웠다. 계획이 나빴다고 할 순 없으나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분명 아쉬운 첫 경기였다. 문제는, 두 번째 경기의 상대가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기세가 한껏 오른 멕시코라는 점이다. 더욱이 스웨덴이 단단한 고체 같다면 멕시코는 형태가 유연한 액체 같은 팀이라, 오늘 경기 같은 수싸움이라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감독님을 믿고 내기에 한국 2:0 승리로 걸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신태용 감독은, 전술적으로 용기 있고 결단이 빠른 타입이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술가에 가까웠다. 여우. 선수 신태용의 별명도 그러했다. 중계를 갔었던 카타르에서도 그랬고, 연령별 대표팀에서 조별예선을 통과할 땐, 그런 모습이었다. 그 이후 토너먼트에서의 실패가, 월드컵의 무게가, 국민의 기대 혹은 염려가 그를 뻔하게 만들었을까. 정답이 헷갈릴 땐,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걸 하는 게 가장 최선의 해답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선 분석도 리뷰도 다 틀렸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제일 좋겠다.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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