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loco Jun 28. 2018

시간과 의식의 흐름으로, 강릉 1박 2일 -1-

강릉엔, 기다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토요일 오전 12시, 강릉 도착. 적당히 막혔고 예상대로 운전했다. 주말에 휴게소 포함 4시간이면 나름 선방 아닌가. 그래서 처음 설정한 목적지가, 교동 반점. 우리나라 *대 짬뽕 안에 꼽힌다는 그곳. 바로 그곳. 토요일 점심이라 사람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있었다. 그래도 뭐 적당히 기다릴 만한 줄이라. 일단 교동반점은 면을 한 번에 뽑아서 음식이 나오는 식이라 손님도 한 번에 들어갔다 한 번에 나오는 형태다. 그래서 생각보단 조금 기다렸다. 한 20여분? 물론 그땐 몰랐지. 1박 2일이 기다림의 연속일줄은.

중년의 부부와 같이 4인 테이블에 앉았다. 주말엔 사람이 많아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메뉴에 있는 군만두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엔 양해를. 만두도 먹지 못할 정도의 짬뽕 가게라니. 기대가 올라갔다. 주문은 당연히, 짬뽕. 면을 먹고 밥을 말아 먹을 수 있는데 짬봉밥이란 메뉴는 왜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1인이라. 조금 기다리니 여기저기 테이블에 짬뽕이 배달되었다. 후춧가루가 후추후추 뿌려진, 홍합과 조갯살이 잔뜩 있는, 맵고 조금은 걸쭉한 국물의 짬뽕이.

생각보단, 기대 이하였다. 제주도 덕성원에서 꽃게 짬뽕을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 정도를 기대했는데. 4시간 동안의 운전이 이렇게 헛되이…….. 그러니까,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기대 이하라는 거다. 밥도 말아먹었으니까. 잘 먹고 나왔지만 나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대해 참고가 될만한 ‘썰’ 두가지가 있다.  먼저 바로 옆에 있는 가게 이만구 교동 짬뽕에 관련된 이야기다. 바로 교동 반점의 원조가 이만구라는 것. 그가 지금 ‘교동 반점’에 비법을 알려주고 은퇴를 했는데, 나중에 와서 먹어보니 맛이 달라서 화가나 바로 옆에 이만구 교동 짬뽕을 냈다는 것. 그래서 그 두 곳에서 모두 먹어본 친구의 말에 따르면, 교동 반점이 이만구 교동 짬뽕보다 더 맛있다 라는 것. 으잉? 원조가 더 맛있어야 하는 거 아니고?

두 번째 썰은 이러하다. 원래 여행을 가면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지역 정보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것 역시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면서 택시 기사님께 들은 이야기다. 짬뽕이라는 게, 알다시피 원래 즐겨먹는 중국 배달 요리 인데 옛날 그 교동 반점은 해산물을 막 때려 넣고 배달을 안 했다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먹어보니, 하 이 맛이 진국일세. 그 전에는 그냥 배달음식 정도였는데 해산물이 막 들어가서 진하고 맛있는 게, 그래서 소문이 막 났다는 거다. 근데 지금은 강릉 및 전국 짬뽕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특별할 게 없다고. 본인도 옛날에 가서 먹었을 땐 진짜 맛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워낙 다들 짬뽕을 잘해서 특별히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맛있다는 썰은 없…. 그냥 강릉 간 김에 기념으로 먹고 가면 되는 정도 아닐까. 참고로 기사님은 장칼국수를 추천해주셨다. 다음에 오면 먹을게요!


이정도 웨이팅이면 나름 선방...은 모든 기다림의 시작을 알린 거 아니었을까.



토요일 오후 3시, 세인트 존스 호텔 도착. 점심을 먹고 안목 해변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으나 기대했던 호젓한 바닷가의 카페가 아니었다. 복닥복닥한 느낌이 싫어서 그냥 숙소로 직행. 세인트 존스 호텔은 올해 생긴 신축 리조트, 호텔이다. 강릉엔 평창 올림픽 때문인지 지난 겨울에 오픈한 숙소가 꽤 많은데 이곳도 봄엔 15만원 정도에 조식과 사우나 입장권 포함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정이 겹쳐서 오지 못한 우린 여름이 다 되어서 25만원 정도의 금액을 주고, 그것도 조식 없이! 그래요 제가 멍청입니다! 사실 가고 싶었던 호텔은 안목에서 세인트 존스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찾을 수 있는 아비오 호텔이라는 곳인데 거기가 좀 더 작고, 한산해 보였다. 들어가진 않았지만.

여기도 오후 4시에 체크인이었다. 봄엔 분명 오후 3시였는데. 입실이 오후 4시고 퇴실이 오전 11시면 돌아다니면서 놀지 않고 숙소에만 있어도 금액 대비 너무 짧은 시간 아닙니까! 퇴실은 빠르고 입실이 늦어지는 건, 그렇다. 건물은 크게 짓고 방은 많은데 청소를 할 사람은 없는 거다. 우린 적당한 인원으로 적당히 치울 테니 너넨 기다려서 쓰시든지. 하는 그런 마음. 실제로 건물이 엄청 크고 사람도 많다. 오후 4시에 체크인 하려면 줄을 서야한다. 루프탑 수영장도 사용할 수 있는 타임이 정해져 있다. 미리 예약도 해야하고 1박 2일 동안 1회 무료이기 때문에 만약 오후 수영 후 다음 날 아침 수영을 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야한다. 이게 다 시설과 유지 인원 대비 수용 인원이 많아서 일어나는 일이다. 괘씸한 것들.

룸 컨디션은, 좋았다. 아무래도 신축 리조트이니 만큼 다 깔끔하고 괜찮았다. 오션뷰 더블룸이었는데 방 크기도 작지 않았고 화장실도 깔끔했다. 음. 크기가 크고 상태가 좋은 신라스테이 같은 느낌이랄까. .마포 신라스테이가 새로 생겼을 때 꽤 자주 갔었는데. 근데 중국 단체 관광객을 많이 받은 이후로 컨디션이 점점 열악해지더니. 여기도 결국 여름을 어떻게 버텨내냐가 문제 아닐까. 이미 루프탑 수영장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는 하루종일 물바다였는데. 아, 그리고 건물이 ㄴ 모양으로 되어있어서 꺾어지는 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왼쪽 시야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을 거다. 아무리 오션뷰라도 말이다. 이거 참, 시설 괜찮고 잘 지내다 왔는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적으면 이렇다는 거다.


다른 나라의 괜찮은 호텔도 대부분 2시 체크인, 12시 체크아웃이었는데.


토요일 오후 3시엔, 해변이었다. (아. 아직 오후 3시라니 이 리뷰는 언제 끝나는 거야!) 얼리 체크인이 안 된다고 하니 해변으로 나갈 수밖에. 강문 해변을 걷기 꽤 좋은 위치의 숙소라 경포대 방향으로 걷고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수제 버거로 유명한 가게 하나 나온다. 카페 폴앤메리. 짬뽕을 먹었다는 기억을 지우고 가게로 들어갔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니 느낌이 싸했다. 베스트 메뉴에 있는 폴 버거와 감자튀김과 코로나와 콜라를 주문. 포장하시면 30분이구요 안에서 드시려면 1시간 기다려야해요. 네? 뭐라구요? 하. 포장으로 해주세요. 가게 주변엔 앉아서 먹을만한 데가 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해변. 해변으로 가요가 이래서 나온 노래였나. 가지못한 씨마크를 바라보다 전화를 받고 수제버거를 받았다. 그리고. 흠. 생각보다, 별로였다. 다른 메뉴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먹은 햄버거는, 내 취향이 아닌 불고기버거 소스에 겨자가 들어가서 그냥 그랬다. 사실, 남겼다. 나 회사 식당에서 잔반도 안 만드는 사람인데.

쓰면서 보니, 모짜렐라 치즈버거가 괜찮아 보였다. 다시 가야하나.....


이것이 TMI다! 2편에서 계속. 2018.06.28.

매거진의 이전글 전술의 실패로 진 경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