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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Jun 29. 2018

시간과 의식의 흐름으로, 강릉 1박 2일 -2-

기다려라, 그럼 얻을 것이니. 참을성을?


토요일 저녁 6시엔, 엄지네 포장마차로 갔다.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택시를 타고 그 유명하다는 꼬막을 먹으러. 아니 왜 때문에 강릉에 꼬막이에요? 이건 서해, 벌교 이런 데에서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명성 그대로. 가게에 도착했을 때 홀에서 먹으려면 3시간. 포장은 2시간이라고 그랬다. 은행처럼 문 앞에 포장과 홀 대기 번호를 각각 따로 나눠주는데 그때 둘다 100번대 였으나 내가 홀 번호로 244번이었나. 휴. 괜찮다. 차라리 이게 낫지. 어설프게 기다리느니 아예 긴 시간이 필요하면 다른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다음 목표는 수제 맥주를 파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이러려고 차를 숙소에 두고 왔지 으하하!

토요일 저녁 8시엔, 강릉 거리 어딘가에 있었다. 왜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아니냐면, 단오제 때문에 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점점 길을 막아. 뭐지 이건 하다가 내려버렸다. 강릉하면 단오제지! 구경하자 구경 구경. 거리에 서서 강릉 각 지역 사람들의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뭐, 나름 재미있었다.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서 꽤 좋은 지역 축제라고도 생각했다. 이걸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준비하고 다투….. 아니, 즐거워보였다. 꽤 실력 좋은 분들도 있어서 신이 나기도 했다. 우린, 둘다 사물놀이 상쇠 출신의 부부니까. 그렇게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멀어져 가고………….

단군 신화인데 곰이 리락쿠마야........


토요일 밤 10시, 아직 꼬막을 먹지 못했다. 꼬막 사진을 찍은 시각이 10시 15분으로 되어있으니까. 3시간 걸린다고 하면서 2시간 즈음 이따가 오라고 해서 그렇게 왔는데 꽤나 기다린 거 같았다. 그 마음 그대로 착석, 드디어 먹기 시작한 꼬막비빔밥은, 과연. 짰다. 아니, 사실 그 전에 나온 반찬과 미역국을 먹는데 조미료 맛이 꽤 많이 났다. 강릉에서 소고기 미역국이라니. 육사시미도 함께 파는 곳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바닷가 근처에서 소고기 미역국을 먹게 될 줄이야. 근데 그것도 맛이. 흠. 그래서 꼬막비빔밥도 짰다. 그래서 3공기나 시켜서 먹었다. (네?) 이 정도 기다려서 먹으면 분명 후회할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미션을 클리어한 기분으로. 솔직하게 말하면, 꼭 먹어야하는 음식인가 싶었다. 아. 술 마시려고 차를 안 가지고 나갔다가 택시가 안 잡혀서 좀 고생한 건 덤. 밤에 시내에서 바닷가쪽으로 가려는 택시는 잘 없었다. 강릉은 왜 6월에 반바지와 꽤 두툼한 스웨트셔츠 입고 있었는데도 춥고 난리죠? 택시도 잘 안 오는구만.

사진을 다시 보니 뭔가 다시 가고 싶기도.. 근데 서울에도 있다는?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왔다. 입퇴실 시간이 괘씸한 마음에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청했더니 30분 넘으면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야박하긴. 그리고 곧장 초당 두부마을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왓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어제 저녁 짬뽕 이야기를 들려주신 택시 아저씨 말씀에 따르면, 요즘엔 사람들이 일반 기본 두부, 순두부와 그 두부 만든 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짬뽕 순두부나 청국장 순두부를 만들어 파는데 그게 인기라고. 그렇지만 우린 고집 있는 부부라서, 원래 가려던 곳으로 향하….는데 언제 먹을 수 있는 거니?

일요일 낮 12시, 초당 할머니 순두부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이라 사람이 많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어제 기다림의 끝판왕을 만나서 그런지 뭐 생각보다 괜찮았다. 매장이 넓어서 그래도 빨리 빠지는 편이었달까. 30여분 뒤엔 맛있는 두부를 먹을 수 있었다. 그래, 맛있는 두부. 두부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소하고 단맛도 나고 따뜻하고 순해가지고 어제 엄지네 꼬막으로 짜고 달고 불편했던 속을 달래주는 느낌이 들었다. 얼큰 순두부는 꽤나 얼큰해서 해장으로도 좋을 듯 했고. 반찬도 다 적당한 간을 맞추고 있었는데 역시, 물론 간이라는 게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 적당한 간이라는 걸 갖춘다는 게 정말 중요하단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제 저녁과 비교 때문만은 아니고. 흥.

정갈하고 순한 두부 정식이었다.


일요일 오후 1시 30분, 테라로사 공장에 도착하니 여러 차가 모여들고 있었다. 퇴실->점심->커피로 이어지는 진리의 코스로 인해 카페는 안은 한산했는데 주문 줄이 길어지고 길어지고 길어지면 또 기다려야하네?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든 곳인데도, 강릉 커피의 위엄이랄까. 10분 정도 줄서서 기다리고 20분 정도 또 기다려 커피를 받아 마셨다. 뭐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날 가능한 더치 아이스로, 아주 깔끔하게 시원하게! 좀 여유를 갖고 와서 좀 여유 있게 있다가 가면 좋은 공간이었다. 야외 결혼식을 해도 예쁠 것 같은. 좀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집에 가려면 운전을 또 5시간. 커피 하나 더 주문해서 고속도로로로로로로로. 그러나 빠른 길 안내해준다고 국도로 인도한 내비게이션 덕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화장실 인내력 테스트한 건 비밀.

야외 결혼식을 하기에 괜찮을 것 같았던 공간.


그리하여 강릉은, 기다림의 도시였다. 기다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라 자신을 되돌아볼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어떤 무엇이든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그런 곳. 그런 도시였던…..건 오죽헌의 오도 근처에 안 갔으니까 생략. 평창올림픽 기간 내내 예고를 만들면서 아. 평창. 아 강릉을 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주변 선후배동기님들은 고생의 기억이라 반갑지 않을지 몰라도, 나에겐 좀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이라서. 기다리고 기다릴지라도 괜찮았다. 다음엔 좀 더 안 기다리는 스케쥴을 고민해보고 가볼까나.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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