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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02. 2018

날씨가 좋은 날에는, 쌈밥

연희동 ‘녹원쌈밥’

상호명 : 녹원쌈밥 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22

          (연희 주민센터 근처)

먹은 것 : 쌈밥정식. 보쌈정식. 막국수. 맛점 : 3.5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는 곳이라서 좋았다”


쌈밥집 사진인데 쌈을 자르고 찍다니. 허허.


“여보세요. 네. 네. 예약이요. 지금은 안돼요. 죄송해요. 네. 네. 아, 네. 누구신지 알아요. 근데 지금 대기가 15명이 넘어요. 주말은 힘들어요. 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전화를 받았다. 단골손님인 듯 했다. 누군지 알겠다고 하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 모습을 보고, 그거 하나로 마음이 놓였다. 아. 여기는 다음에 또 와도 괜찮을 곳이구나 하고.

식사도 괜찮았다. 둘이서 오면 보통 쌈밥정식과 보쌈정식을 시켜서 먹는다고 하면서 알아서 메뉴를 추천해주신다. 그러나 여기가 막국수를 같이 하는 가게란 걸 알았으니까, 그냥 쌈밥만 먹고 갈 수 없어서 막국수도 추가. 밑반찬이 실했다. 2인 가족 상에선 평소 나물을 잘 먹을 일이 없기 때문에 시레기나 깻잎나물 무생채 이런 종류의 것이 반가웠다. 청국장을 넣은 된장찌개도 시원하고 칼칼하니 맛있었다. 보쌈 고기는, 칭찬을 꽤 많이 보았지만 기대보단 그냥 그냥. 쌈밥정식의 메인 요리는 제육과 버섯과 오징어가 각각 볶아져 나오는데, 오징어가 매우 야들야들해서 좋았다.


막국수는 마구마구 먹게 되어서 막국수인가....



    아, 여기에선 으레 쌈밥집이라 하면 떠올리게 되는 풍성한 쌈채소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딱 2인분에 적합할 정도의, 약간 모자란 느낌의 쌈채소를 준다. 모든 것은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쓸데없는 풍요로움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막국수는, 막국수다. 이곳 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너무 미친듯이 맛있는 건 아니고, 그냥 깔끔하게 간을 잘 맞춘다는 점이다. 막국수도 그렇고 밑반찬도 다 그러했다. 그게 사실 모든 요리의 핵심이긴 하지만. 그래서 모든 게 적당히 알맞게 맛있다.

   쌈밥을 먹기 좋은 날씨였다. 햇빛이 짱짱해 그늘을 벗어나면 탈 것 같은 날.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엔 무척 좋은 날. 이런 날엔 쌈밥이지. 초록초록한 풀을 먹어줘야 진짜 광합성을 한 것 같으니까. 11시 30분 오픈이라고 했는데 일요일 늦잠….을 자고 12시에 갔더니 대기가 있었다. 여기에서 아쉬웠던 거 하나, 웨이팅을 그냥 줄서서, 알아서 순서대로 해야한다는 것. 믿음의 줄서기를 해야하지만 새치기는 늘 존재하니까 밥먹기 전부터 마음이 상하잖아요? 대기자 명단이라도 만들어 주면 조금 더 좋겠다.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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