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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생각하다
by kimloco Oct 04. 2018

결혼에는, 돈을 잘 쓰는 게 필요하다

돈이 있으면 쓰는 겁니다, 잘.

        

        결혼에는 돈을 잘 쓰는 게 필요하다. 그저 돈이 필요하단 이야기는 지난 글에 ‘간략’하게 이미 한 바닥을 채웠으니까 이번에는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 인데 막막하다. 돈을 잘 쓴다는 건 뭘까. 특히 결혼에 돈을 잘 쓴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합리적 소비? 없는 살림 쪼개기?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자? 소비를 통한 행복 추구? 그러나 결국엔, 자기만족 아닐까. 어떤 목적을 지향하든 결론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지출이 되었느냐 아니냐가 돈을 잘 썼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돈을 잘 쓰는 방법 역시도 오로지 나의 기준에 맞춰 풀어낼 수밖에 없다. 나의 결혼에 나의 소비가 만족스러웠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대답할 수 있으니까. 아직은.  



        우선 사람을 정한다. 왜, ‘사람이 미래다‘라는 카피도 있지 않았는가. 결혼 준비를 하며 돈을 잘 쓰기 위한 방법 첫 번째로는, 돈을 잘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소비의 책임을 전가!(…) 가 아니라 맡아서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취하는 거다. 한 푼 두 푼이 뭐야 몇 백만원 쓰는 것도 아니고. 집 그리고 결혼식만으로도 보통 억 단위의 돈이 나가는 게 요즘의 결혼이다. 근데 그걸 그냥. 누가. 언제. 어떻게. 소비하는지도 모르고 펑펑 돈을 물 흐르듯이 쓴다…면 감사합니다. 그런 집에, 장가가야지. 시집가야지… 가 아니라. 결혼을 위해 나가는 돈, 소비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둘 중에 하나는. 자신이 없으면 양가 부모님 누군가에게라도 부탁하는 게 낫다. 가능하다면, 연말정산을 고려해서 어느 누군가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것도 방법!  

자꾸 업데이트되는 정우와 보람. 그 안에는.



        우리의 경우엔, 짐작하다시피 그 적극적 소비의 주체가 나였다. 네, 접니다. 그래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가는지 다 알고 싶었달까. 물론, 시작하자마자 그 호기심을 후회하긴 했지만. 그동안 내가 봐왔던 금액의 사이즈가 아니니까 그 부담감이 으으으. 운이 좋게도 우리의 결혼은 양가의 부모님이 전적으로 우리를 믿고 존중해주셨고, 경제적인 부분까지도 그러했기 때문에 오롯이 내가 주도한 이러한 방식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서로가 각자 모은 금액과 양가 부모님이 지원해주실 수 있는 금액을 모두 모아서 관리하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엔 그 수입과 지출에 관한 부분을 틈틈이 엑셀로 정리해 시기별로 나의 배우자님에게 공유했다.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그것은 바로 투명한 정산! 보다 사실, 당신 역시도 적극적인 주체가 되라고 참여를 유도한 거였다. 뭐, 썩 내켜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것이 그 문제의 엑셀. 각 시트별로 다 채우면......결혼이닷!



        다음엔, 규모를 정해야한다. 일단 큰 그림을 그려야 거기 안에 무슨 색을 칠할 수 있을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큰 파트는 각각 이러하다. 일단, 총 계산. 지출과 수입을 다 아우르는 시트 하나. 다음엔 수입. 그러니까 둘이 짠-하고 같이 살 때까지 가지고 있을, 사용할 돈. 그리고 결혼식. 다음엔 집과 결혼살림. 마지막으로 신혼여행. 이렇게 총 5개로 부분을 나눠서 고민을 시작했다. 우리가 더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여기엔 얼마만큼의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가. 최대치는 얼마고 최저치는 얼마까지 할 수 있는가. 나중엔 여기에 각각 결혼식에 올, 청첩장을 전달할 명단 시트를 추가했다. 그래야 결혼식이 대략 어떻게 치러질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으으. 이런 게 바로 사서 고민하기랄까.



        큰 그림을 그렸으면 이제 항목을 세분화해야한다. 각 파트별로 구체적인 항목을 나열한다. 예를 들면, 결혼식엔 그 유명한 스드메가 있을 테고 식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을 테고. 맨발로 들어갈 수 없으니까 구두도 사야하고 양가 부모님 옷 한 벌도 해드려야하고 뭐 그런 디테일한 항목을 최대한 꼼꼼하게 적는다. 아니, 적어본다. 그래봐야 중간에 계속 계속 계에에에속 추가된다. 안타깝게도 없어지는 항목은 그리 존재하지 않지만. 하하. 집안 살림도 마찬가지다. 각종 가전, 가구 그리고 필요한 물품결혼에는 들. 그러니까. 플레이스테이션4 같은 거! ….를 쓰면 혼난다. 그런 건 몰래몰래 하는 게 지구 평화에 좋다. 신혼여행도, 마찬가지. 비행기에 숙소에 가서 할 중요한 관람이나 쇼핑이나 이런 것들의 대한 항목을 적는다. 그리고 각각 ‘예상 금액’을 적는다. 우리가 어디에 얼만큼 집중하고 얼마만큼 포기하는지를 예상 금액으로 표시하는 거다. 그러면 알 수 있다. 와, 씨. 뭔 돈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 근데 문제는, 예상 금액이 잘 맞지도 않는다는 거.


결혼살림 품목. 나의 아이맥은 어디 갔니. 원하는 품목을 브랜드와 종류까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찾는다. 그러면 실제 금액과 최대한 가깝게 예상 금액을 적을 수 있다. 물론, 그래도 거의 다 바뀐다.



        이쯤에서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결혼식 비용과 우리가 살 집에 대한 금액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어 크게 고민할 부분이 아니었다. 결혼식은, 대략적인 인원수로 계산이 필요한데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좀 다르지만 대체로 축의금 받는 금액으로 해결하거나, 오히려 남는다고 하니까 패스. 나머지 결혼식 준비에 드는 비용은, 이거 아니면 안됩니다!! 라고 하는 게 없어서 둘다. 결혼살림으로 넘어가면, 일단 집에 필요한 것을 우르르르 적어봤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집중하는 것에 좀 더 투자하기로 했는데, 일단 식탁! 우리는 둘 다 좋은 식탁을 두길 원했다. 그렇다고 막 대리석 으리으리 한 그런 거 말고. 사실, 둘이 사는 집에 커다란 식탁은 불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식탁이 그저 음식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부분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길 바랐기 때문에, 적당히 크기가 있고 잘 만들어진 식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집 크기에 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소파에 대한 욕구는 적어서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고. 실제로 준비를 하는 동안에 식탁을 찾으러 돌아다닌 가구 매장이 다른 어떤 가구보다 더 많았다. 그리하여 저 품목 중에 소파는 결국 사라졌고(아이맥도 으으), 각 물건의 예상 금액 역시 꽤 달라진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 적어보면 둘이 함께 필요로 하는 것,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나눠지고 그만큼 관심도와 물건을 찾는 열정이 달라진다. 금액과 노력은 비례하니까.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집에는 길고긴 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집들이 10명 예상 좌석 봤던 사진.jpg)



        분명, 결혼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얼마나’ 필요한지, ‘얼만큼’ 사용할 건지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자수성가해서, 로또를 맞아서, 사랑이면 충분해서, 다 다를 수 있다. 그건 사실,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 가깝다. 그걸 알면서도, 그게 종종 준비를 하면서 자괴감을 준다.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하는 결혼 준비를 나는 왜 이렇게 끙끙거리면서 해야하느냐 라는. 그리고 이건 경제 상태가 정말 매우 진짜 엄청 풍요롭지 않은 이상, 분명 한 번씩은 다 올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걸 해주고 싶은, 그리고 나의 첫 시작을 최상의 상태로 하고 싶은 욕구가 들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다 다름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해야 마음이 편하다. 근데 그냥 거기서 머무르는 건, 최선의 노력이 아니니까. 돈을 잘 쓰는 건 돈을 필요로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문제다. 노력한 만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또 여기에서 다시 자괴감이 하나 더 추가된다. 돈이 많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랬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돈은,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동안 뭘 어떻게 살았나 싶은 순간이 한 두 번 든 게 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획하고 정하고 준비해서 고민한 만큼 채워간 저 엑셀 파일이 참 좋았다. 다른 누구가 아닌 우리가 주체가 되어 결혼을 만들어간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함께할 어떤 날에도 이렇게 같이 으쌰으쌰 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하나하나 숫자가 적힐 때마다 당신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어서, 좋았다.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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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은 " 그게, 그거- "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게 그거! " 인 순간이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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