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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Aug 19. 2018

결혼에는 돈이 필요하다

돈 먹는 하마, 말고 돈 먹는 결혼에 대한.


   결혼에는, 돈이 필요하다. 작은 결혼식? 허례허식 없는 결혼? 소박하게 시작하는 우리 둘의 알콩달콩한 사랑? 다 좋은데 돈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필요하지 않는 무엇이 있겠냐만은 결혼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렇게 세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까닭은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돈이란 게 말이다.

   사랑만으로 결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당신에 대한 애달픈 마음으로만 결혼을 할 수 있으면 좋겠, 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결혼식에도, 그 이후의 결혼 생활에도 각자가 생각하는 기대 수준의, 적정선이 돈이 들어가서다. 물론 어느 누군가는 사랑의 낭만으로, 아니 행복의 충만함으로도 결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굉장히 많은 자산가의 아들, 딸이라서 세상 어느 거지를 만나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면서 만난 우리의 대부분은 돈이란 부분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솔직해지자. 20대 후반 그리고 서른을 넘어가면서부터 누군가를 만나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현재 및 장기적 수입 관련), 어디에 사는지(지리적 위치 및 태생적 부의 척도)를 묻지 않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그렇게 사람을 만나고선 “우리의 결혼은 사랑만으로 하면 안 되겠니?”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돈을 필요로 하는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거고 또 그걸 고려하지 않는 결혼은 있기 힘든 거다.

무거운 양손만큼 마음도 무거웠다. 돈을 쓴다고 다 즐거운 건 아니었다니.


   세 번 정도, 결혼 준비를 하면서 멍 때리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다, 돈 때문이었다. 처음은 결혼반지를 보러 갔을 때다. 결혼 준비는 이상하게 “~투어”라고 불리는 일이 많은데(도대체 뭐 때문에 투어란 말을 붙이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란 건가?) 웨딩밴드 투어라며 명동 롯데 에비뉴엘의 여러 브랜드를 탐험(?)하러 갔다. 그리고 마주한 가격이, 와. 이걸 어떻게. 아니, 그동안 내가 구매했던 옷이나 음식이나 뭐 기타 등등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동안 내가 뭐했나 싶어서, 그동안 내가 저울질하던 금액의 단위가 하찮게 느껴저서 그날 둘이서 회전초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야, 어차피 이 초밥 아무리 먹어도 우리가 오늘 본 거에 티끌이야 티끌이라면서. 그리고 또 카드 명세서의 초밥을 보며 욕을 했지. 내가 미쳤지 뭘 그렇게 쳐먹..

   두 번째는 집을 보러 다닐 때다. 네이버 부동산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한여름에 부동산을 다니면서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이랑 왠지 모를 기싸움을 하고 다녀야했던 그 때. 결혼 선배님인 누나 말에 따르면 “결혼을 할 때 집을 보게 되면, 아 내가 지금 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어느 정도의 삶을 살고 있구나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래, 그 기분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내가 사는 삶을 나타내는 나이가, 되어버렸구나 하는. 내가 아무리 그냥 행복하고 즐겁게만 살고 싶다 하더라도. 세 번째는 집에 채울 물건을 보러 다닐 때다. 와. 매 주말마다 월급만큼의 금액을 쓰고 다니는데 정신적 허기짐이(라고 쓰고 통장의 굶주림이라 읽는다) 너무 심해서 아무리 좋은 물건을 보고 고르고 해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사실은, 한정된 금액에서 좋은 걸 골라야 하는 것도 굉장히 스트레스였지만 그렇게 돈을 써본 적도 없고 태생적으로 쫄보라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드니까, 그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보통의 결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세 번 정도의 지침이면,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한 스트레스면 그것도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고 생각한다. 늘.



      그래서 결혼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만드냐면, 안타깝게도 모른다. 이 글은 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걸 알면 계속 더 긁어모아 부자가 되어서 이런 글을 쓰지 않을....거니까? (아, 그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더욱이 얼마만큼 필요한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며 또 그 필요한 금액을 어디에서 충당할 수 있는지도 각각의 상태가 상이하기 때문에, 어느 규모에 맞춰 어떤 금액을 준비하시오 라고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은 어느 어떤 상황이든 각자를 존중해야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부를 형성했는지 알 길이 없으며(막 사기치고 이런 거 말고) 결혼식이든 결혼이든, 그 안에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을 지출하든 그것은 그들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에 사용하는 거라서다.

   그리하여 중요한 건, 돈을 어떻게 잘 쓰느냐다. 결혼식을, 결혼을 땡전 한 푼 안 쓰고 할 수 없다면 가지고 있는 한도 안에서 돈을 필요로 하는 각각의 부분에 어떤 비중을 둬가며 현명하게 소비하느냐가 관건인 거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답이 존재하지...않을 거면 뭐하러 쓰는 거야 대체. 그러니까 그저 참고할 만한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다. 그것은 다음 편에 계속...................왜냐하면 할 말이 많으니까.




20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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