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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11. 2018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웨딩플래너라니!

이해할 수 없는 자본주의 결혼의 세계


    플래너를 찾으십시오. 대체로 많은 사람이 행하는 결혼식을 할 생각이라면, 당신은 웨딩플래너부터 찾아야합니다.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웨딩플래너에게 나의 결혼식을 맡기기 싫다고요? 성스러운 결혼식의 주체는 나와 당신, 우리가 되어야하는데 왜 그래야 하냐고요? 지금부터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처음 플래너를 만났을 때엔, 이게 뭔 말인지도....



    "할 수 있다!" 대박이의 외침이 아닙니다. 우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직업은 PD와 아나운서였습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하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결혼식장은 하고 싶은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식장에 분명 연계된 드레스, 메이크업 등 웨딩 관련 샵이 있을 겁니다. 식장을 정하고 물어봤죠. 연계된 드레스샵이 있습니까? 네, 어디어디가 있어요. 검색을 해보니 엄청 비싼 수입 드레스 샵이더군요. 1차 실패. 그럼 일단 다른 것부터 해결해보자 했습니다.



    웨딩사진? 우리는 보통의 웨딩 사진을 찍기보단 하루 간단하게 흑백 사진을 찍고 그날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지인의 도움으로 스냅을 찍기로 했습니다. 사진 잘 찍는 친구는 주변에 꽤 많은 편이니까요. 그럼 일단 옷을 구해볼까요. 여자친구는 웨딩 사진 찍을 때와 결혼식 인사할 때 입을, 그리고 혹시 나중에 행사를 할 때 입을만한 옷을 찾았습니다. 여간 쉽지 않더군요. 드레스 아닌데 드레스 같은 옷을 찾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예쁜 게 없다기보단 알맞은 옷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사진 찍을 때 입을 옷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갈 예정이었거든요. 이것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으니까 일단 여기선 간단하게 할게요.


간단히 찍는 것도 엄청 힘들던데, 하루종일 촬영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정말.



    그럼, 메이크업이 있죠. 이게 일단 결정타였습니다. 여자친구가 평소 다니던 S샵에 문의를 해봤어요. 친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말이죠. 원장, 부원장, 일반 선생님마다 가격이 다른데 거기에 50% 할인을 해준다는 겁니다. 대박. 근데 그것도 저렴하지가 않아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웨딩플래너를 통해서 하는 것보다 비싸다는 거예요. 이게 뭐지? 제가 평소 다니던 미용실의 본점에서도 메이크업을 하길래 물어봤죠. 하. 이것도 비싸네? 뭔데 왜 자꾸 발품을 팔면 비싸지는 기분이 들지? 기분 탓인가?



    그리하여 웨딩 플래너를 만나보았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플래너에게 연락을 해서 찾아가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청담이에요. 결혼식을 하려면 청담, 압구정을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더군요. 베리굿웨딩이었어요. 설명을 잘 듣고 왔죠. 그때 처음 알았네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는 묶어서 계산하기 때문에 개별 가격을 잘 알 수가 없어요. 저희의 경우 스튜디오가 빠지는데, 드레스+메이크업을 해서 가격을 제시해주고 각각의 ‘단계’가 올라가고 내려갈 때마다 5만원 10만원 20만원이 왔다갔다 하더군요. 아니, 그거 말고 각각의 가격을 알고 싶단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웨딩플래너마다 가격 경쟁력이 다르단 겁니다. 결혼을 먼저 한 여러 선배에게 정보를 수집해보니, 웨딩플래너 마다 강점이 달라서 가격을 뽑아 낼 수 있는 게 다르다더군요. 예를 들면, A플래너는 드레스에서 가격을 좀 뺄 수 있고, B플래너는 메이크업에서 가격을 뺄 수 있고, C플래너는 자신이 친한 D,C,E 매장을 선택할 경우 가격이 확 내릴 수 있는, 그런 거 말이죠. 뭔가 카카오톡 찌라시 같죠? 그래도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죠? 그래서 여러 플래너에게 내가 하고 싶은 드레스, 메이크업, 촬영 등 이런 리스트를 주고 가격 흥정을 해보라는 거예요. 와. 신세계였죠. 근데 내가 하고 싶은 드레스, 메이크업, 이런 가게의 정보를 일반 사람이 웨딩플래너를 안 거치고 알 수 있는 거예요?


정보의 비대칭이 너무 크다. 결혼 준비는.



    그렇다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에요. 우리가 선택한 건 아이웨딩이란 곳이었어요. 그나마 선택이 가능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줬고, 일정한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에요. 동행은 하지 않는데 같이 따라가고 이런 건 우리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웨딩플래너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했죠. 그러다가 물었습니다. 제 직업은 PD라서요, 결혼식 영상은 촬영만 할 수 있을까요? 웨딩촬영업체의 편집 영상을 봤는데 그냥 제가 만들어도 될 거 같아요. 그래요? 그러면 촬영만 진행하는 걸로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나온 대답이, 촬영만 한다고 가격이 저렴해지진 않구요. 편집본 말고 영상 원본을 받아가면 5만원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네? 왜요? 편집 하는 일을 덜어주고 원본을 받아간다는데 돈을 더 내라구요? 그게 무슨 ... 말이죠?



    한 달 반의 시간을 망망대해 같은 미지의 웨딩산업에서 정보를 캐내고 발품을 팔고 해본 결과, 가장 합리적 선택은 웨딩플래너를 만나는 겁니다. 그것도 여러 웨딩플래너 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거나 가장 저렴한 가격의 웨딩플래너를 만나는 거요. 내가 노력하고 내가 직접 물어보고 내가 찾아간다고 해서 웨딩 관련 샵 어느 곳도 싸지 않았어요.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죠. 그래. 그들에게 나는 그냥 한 번 뿐인 손님인 겁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결혼을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을 해가지고 계속 방문할 손님이 아니란 거죠. 그러니까 굳이 잘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러나 웨딩플래너는, 그들에게 다르죠. 웨딩플래너에게 잘하면 잘 할수록 그 웨딩플래너가 예비 부부를 계속 데려올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직접 발품을 판 예비 부부보다 웨딩플래너에게 더 잘해주고 더 신경써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그리하여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현저히 떨어지고, 그 설명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웨딩 산업이란 게 말이죠. 아니 근데, 편집을 내가 해준다는 데도 돈을 왜 더 받는 거야? 그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래서 기깔나는 결혼식 영상을 만들었냐구요? 아니, 아직이요. 인간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 알잖아요?


신혼여행에서 만난 바다보다 더 망망대해같던 웨딩 산업.



    자, 어때요. 이래도 결혼식을 직접 준비할 생각인가요. 이야기를 듣고나니 웨딩플래너부터 우선 만나야 할 것 같나요. 뭐가 정답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도 빈번한, 이건 뭔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이상한 일이라는 거죠.



    우리가 노력만큼 거두지 못하는 게 꼭, 결혼준비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201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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