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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21. 2018

당신에게 쓰는 편지

2018. 10. 21.


안녕하십니까.

이것은 결혼 1주년을 맞이해서 쓰는 편지입니다.

막상 1주년이라고 말을 하니까.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내일이 결혼 당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아직도 결혼, 이라는 것보다 그저 ‘당신과 함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에 갈증을 느낍니다.

마치, 연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과 맛있는 것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가고, 누워서 이야기를 하는, 그런 모든 시간을

저는 분명 예전보다 훨씬 더 좋아합니다. 소중히 여깁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 내게는 꼭

현실에서 도피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고, 좋아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1년 전의 오늘을 생각하면 저는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더 많은 음식을 할 줄 알게 되었고,

더 잦은 청소를 하며 사는 사람이 되었고

서랍을 제대로 닫지 않는 당신을 보고 귀엽다 했던 제가

온통 서랍을 열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나이를 먹기 싫어졌고, 죽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하루하루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고

죽기를 싫어하던 진시황의 욕심을,

자기 전에 눈을 감는 게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신 옆이 좋아서, 당신에게 곁을 두는 게 좋아서 입니다.

누군가에게 가장 간절히 오래도록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저에게 당신은 좀 그만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때때로 벅찬 감정이 답답할 정도로.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알고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에게 고이 마음을 전달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잡을 수 없고, 이토록 좋아하는 지금도 사라지리란 것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다 알면서도 견뎌낼 수 있는 건

다음, 그 다음의 시간의 우리도 기다려져서 입니다.

그때의 지금이 오늘의 저와 또 다른 마음으로 풍요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1년을 채운 하루가 더 많이 모였을 때

우리는 어떠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을지,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

그것도 꽤 많이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결혼을 결심하게 된

당신과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살고싶다는 생각이 이토록 간절하게 드는 건 참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래서 저는, 당신과 연애를 시작했을 때부터 여전히

당신에게 가장 좋은, 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년 전에 우리가 우리에게 했던 말처럼 말입니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스스로가, 그리고 배우자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평생 옆에서 노력하겠음을 약속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혼인서약서 였습니다.

저는 그날, 우리의 다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제가, 당신이 더 좋아할 사람이 되도록.

예전에도,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소중한 1년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365일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2018. 10. 21.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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