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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Nov 12. 2018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2018 >



        점심을 먹고, Queen의 베스트 앨범을 듣는다. 어제도 일을 하는데 자꾸 영화의 장면 장면이 떠올라서 힘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특별하게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꼭꼭 씹어서 삼키고 싶은 습관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인상 깊은 씬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기억에 남았을까 생각해보면 그냥 Queen, 그냥 프레디 머큐리가 그렇게도 마음에 남았나보다.



          I Was Born To Love You. 너무도 흔하게 흘러나왔던 We Will Rock You나 We Are The Champions 말고, Queen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게 된 노래는, 이 곡이었다.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리바다’와 각종 메신저의 혜택을 받으면서, 좀 더 노래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는데, 아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세상엔 너무도 엄청난 음악이 많았던 것이었다. 듣고 들어야했다. 국가도 장르도 가리는 것 없이. 내가 몰랐던 세계를 접하는 게 좋있다. 그리고 그 때 만난 게 바로 이 노래.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니. 제목부터가 엄청나지 않은가.  



          이 영화의 안 좋은 점이 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를 보러가기 전까지 들었던 노래가 시시하게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게 붐뱁이든 트랩이든 상관없이. 그만큼 Queen의 음악은 힘이 넘치고 치열함이 가득해서. 지금의 음악이 다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 때문에 더 그렇다. 까랑까랑한 음색을 지녔으면서도 충분히 리드미컬한 보컬이 너무도 맛깔나니까. 뭐랄까.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타고 워래 듣던 음악을 틀었을 때, 나와 배우자는 동시에 이게 뭐야. 라는 말을 뱉었다.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느 순간에는 기어코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음악을 하기도 전에 세상에는 결단코 넘을 수 없는 곡이 있으니까. 특히 특정한 상황에선 절대 이길 수 없는 노래같은 게 있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같은. 그런데 Queen은 혼자서 그러한 노랠 두개나 갖고 있는 거다. ‘We Will Rock You’나 ‘We Are The Champions’는 정말 끝판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곡이다. 영화에서도 이 노래가 나올 땐, 울컥하고 말았으니까.


        Queen의 음악을 좋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난 건반 때문이다. 덕분에 드럼-기타-베이스-보컬로 이뤄지는 전형적인 락밴드 음악에 갇혀있지 않는다. 건반을 이용한 구성, 멜로디가 많아 곡이 풍성하고, 좀 더 드라마틱 하게 들린다. 그들이 영화에서 말한, Queen의 음악이란 게 또 그런 거니까. 또 건반의 색깔이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이랑도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래서 욕심을 부리며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그 즈음엔,  Queen 말고도 Ben Folds Five랑 Keane의 노래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프레디 머큐리를 꿈꾸나면, 글쎄. 영화에서 가장 애정이 가던 캐릭터는 베이시스트 존 디콘이었다. 드럼과 기타가 Queen의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었다면 거기에 프레디 머큐리가 재능을 더했고 베이스는, 베이스는! 어느 순간 언제 합류했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소리 소문 없이 스윽. 허허실실의 표정으로, 밴드를 하지 않았다면 미래도 불투명한 캐릭터라니! 그러나 Another One Bites The Dust에서 끝내주는 베이스 리프로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크. 이 노래가 얼마나 명곡이냐면 심폐소생술(CPR)에 적합한 곡이라는. 흉부압박을 해야하는 속도와 곡의 비트가 적절하다나.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냥 그냥 평범한 영화다. 매우 재미있게 감명 깊게 봤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다. 특별하게 기억이 남는 그림이나 대사가, 떠오르진 않는다. 좀 더 감정을 격하게 건드릴 수도 있었고 좀 더 임팩트 있는 멘트를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모자라지도 넘치치도 않게 흘러간다. 오히려 어쩌면, 중용의 미덕을 잘 지킨 영화랄까. 감독을 찾아보니 브라이언 싱어란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X맨 시리즈의 그 감독 말이다. 좀 더 찾아보니 이 영화에선 직무 태만으로 짤리고 후반부는 다른 감독이 마무리했다고 하는데. 뭐 그래서 영화는 사라지고 결국 선명하게 남은 건,  Queen이었다.


"I decide Who I Am."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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