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74. 무릎 꿇으면 안 되는데!

by Aloha J

우리 집 거실에는 텔레비전과 소파가 없다. 벽면을 둘러싼 책장에는 아이의 책과 엄마의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널찍하고 긴 낮은 식탁을 구입해서 나름 거실 서재화를 해서 지내는 중이다.

덕분에 아이는 언제나 책을 쉽게 마주한다. 바닥에 앉아 놀잇감을 갖고 놀다가도 어느새 돌아보면 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본다.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레고 조립을 할 때 자주 무릎을 꿇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된다.

"무릎 펴고! 성장판 다치지 않게~"

하루에 몇 번씩 아이의 뒷모습에 이 말을 외쳐댄다.

"네~ 엄마."

대답은 아주 야무지게 잘하는 꼬맹이.

그래도 또 무의식 중에 무릎을 꿇지만 마음속으로 1억 번이라도 계속 말해주겠다 다짐하고 있는터라

또다시 "무르읍~!" 하고 이야기해 준다.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다가 혹시나 해서 빼꼼 보이는 아이의 정수리 쪽을 향해

"무릎 안 꿇었지?"

라고 했더니

"엄마 무릎 안 꿇었어요. 나비 다리 했어요. 지금은 다리를 쫙 펴고 있다고요."

너스레를 떠는 아이의 목소리에 안심한다.


그러더니, 슈퍼북에서 바알신의 사제들이 무릎을 꿇고 제단 앞에서 제사하는 장면을 보면서 심각하게 말한다. (슈퍼북은 유일하게 아이와 함께 즐겨보는 성경 애니메이션이다.)

"무릎 꿇으면 안 되는데!!"

"왜?"

"무릎 꿇으면 성장판 다쳐요!"

아. ㅋㅋㅋ

"아가, 저 사람들은 성인이라 괜찮아. 다 컸어."

"아, 그래도 안될 텐데에~~ 무릎 아픈데~"

이제 좀 아이 의식에 엄마의 요구가 조금은 들어갔나 싶어서 웃음이 났다.


그래, 아들은 꾸준히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보면서 짧게 이야기하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주라고 했지!

오늘도 '아들의 뇌'에서 읽었던 방법을 토대로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화내지 않고 꾸준히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귀가 닳고 달만큼 ㅋㅋㅋ


울 애기, 잘 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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