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75. 아이의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by Aloha J

아들과 다양한 피규어 놀이를 한다. 로보카 폴리나 타요를 갖고 놀 때만 해도 장난감을 갖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노는 것보다는 손에 쥐고 다니는 일이 많았지만, 헬로카봇을 알게 된 이후로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노는 걸 자주 시도했다.

지금은 사라진 명동의 애니메이션센터에서 20분짜리 헬로카봇을 본 그날 아이는 영상에 나온 대사를 외워서 상황극을 했다. 매번 같은 장면을 반복하며 신나게 놀았다.

그 이상의 상황을 새롭게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없어서 3분이면 아이의 상황극은 종료됐다.


"그때 갑자기 슈욱~날아왔데. 그리고 쾅! 으악! 안돼에!!!"

몇 년째 반복되는 이 짧은 대사 외에 아이의 상황극은 매우 단조로웠다.

이실직고하자면, 아이의 장난감에 관심이 없는 엄마는 이 상황극 놀이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가 엄마랑 닌자고 피규어와 해양탐사선으로 놀자고 했다.

아.. 상황극 놀이구나... 껄껄껄..;;

살짝 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재미있게 바꿔볼까 생각하는데 아이의 상황극이 달라졌다.


해양탐사선은 알고 보니 해적이었고, 닌자고들은 깊은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았는데, 해양경찰인 척 해적들이 보물을 빼앗으려 해서 이들을 무찌르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아직 악당들이 더 힘이 세고 영웅들이 많은 고난을 겪는 구조의 이야기지만

아들의 이번 상황극은 다양한 대사가 등장했다.

(오, 이건 좀 해볼 만 한데?)

스핀짓주를 연마해서 해적들의 커다란 해적선(?)을 공격하기도 하고, 싸움 중에 잡힌 닌자고를 구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이 몰래 배에 침입하기도 했다.

"그때 갑자기 슈욱~날아왔데." 이 대사가 처음으로 사라진 상황극이랄까.


이제 제법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만들 줄 알만큼 컸구나. 아이의 다양한 창작 이야기가 반가운 저녁이었다.


"아~ 왜~ 맨날 악당이 더 힘이 센데! 영웅이 원래 더 힘세다니까?"

"깔깔깔깔! 알았어~ 엄마. 이따 영웅이 이기는 걸로 하자."

영웅이 너무 힘이 약해서 불만인 엄마의 투정을 재미있어하며 아이와 꽤 오랫동안 막막함 없이 즐긴 상황극 놀이시간이었다.


기다리면 다 이렇게 잘 자라는구나. 다음에도 재미있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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