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80. 먹는 것도 예쁘면 어떡하지?

by Aloha J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를 정기적으로 먹는다.

초밥과 함께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이 장어덮밥.

3년 전, 아이와 처음으로 방문한 식당. 4살 꼬마와 장어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그날 많이 지친 엄마는 스스로에게 뭔가 맛있는 걸 먹이고 싶어서 아이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공기와 일본을 연상케 하는 일본 가요가 흐르고, 꽉 찬 좌석.

아, 잘 들어왔다 싶었다.


4살 꼬마가 먹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살펴보니 어린이메뉴가 다행히 있었다.

장어덮밥에 우동, 오렌지 주스 한 컵까지 완벽한 구성이었다.

(엄마가 평소에 안 사주는 그 오렌지 주스가 공식적으로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니! )

바다에서 나는 모든 재료를 사랑하는 아이에게 장어덮밥은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장어를 4살 꼬마가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못 먹었다. 없어서 못 먹었다.

자기 그릇에 올려진 장어를 게눈 감추듯 야무지게 먹더니 엄마 그릇에 올려진 장어도 몇 점 더 먹어야 할 정도로 장어와의 첫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저는 장어덮밥을 좋아해요."라고 이야기해서 친구들이 웅성웅성거렸다는

후일담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어머니, 진짜 00 이가 장어 덮밥을 먹나요? 정말 좋아한다고 오늘 신나서 이야기했어요."

선생님도 나에게 재차 확인하는 이 재미있는 상황이라니.

4살 꼬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장어덮밥인 경우가 흔한 경우는 아니니까..


작년부터는 아이도 엄마와 함께 똑같이 어른 장어 덮밥을 먹는다.

어린이 세트의 장어 양이 적어서 더 먹고 싶단다.


아이가 아파서 기운이 없을 때는 아이의 소울 푸드로,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날도 아이는 장어덮밥집을 찾는다.

꼬마가 장어를 잘 먹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옆 자리 앉은 다른 손님들이

"어머, 애기가 장어를 다 먹네?" 하며 신기해했다.

(쩝...이 분이 입맛은 으른이라...)

장어 덮밥 맛있다며 반달눈을 뜨고 음식을 먹는 아이를 갈 때마다 반겨주는 사장님.

어느새 귀여운 꼬마가 이 식당의 단골손님이 될 줄이야...

양 볼 가득 맛있게 먹는 모습에 방문할 때마다 서비스도 꼭 챙겨주신다.

(매번 감사합니다.)


오늘은 너~~~~ 무 배가 고프다며 하원할 때부터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아들.

"엄마, 얼른 우나요 가요, 히츠마부시... 진짜 배고파요. 네?"


새털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엄마 손을 꼭 잡고 들어간 따뜻한 식당.

아이는 메뉴가 나오자마자 열심히 열정적으로 먹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며칠 앓고서 등원을 했을 때, 아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서 힘들었던 아이.

원에서 잘 지냈는지 선생님께 물어보니

"어머니, 00 이가 아직 힘든가 봐요. 밥을 세상에.... 평소처럼 신나게 못 먹고 힘겹게 먹더라고요."

"아.. 아직 다 낫지 않았어요. 그래서 밥을 남겼나요?"

"아뇨, 남기지는 않았지만, 평소처럼 행복하게 먹지는 못하더라고요."

하하하... 귀여운데 안쓰러운 내 강아지. 맞다, 그가 잘 못 먹으면 정말 힘든 거다.

"00 이가 평소처럼 못 먹으니까 너무 안쓰러워요."

선생님도 아시나 보다. 매일 점심 신나게 행복하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행복한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장어 덮밥을 야무지게 먹는 아이를 한참 눈에 담았다. 먹는 모습마저 이렇게 예쁘면 어쩌란 말인가...


정말 내 자식 먹는 거 보면 안 먹어도 배 부르다는 말이 아이를 낳고 보니 실감 난다.

오늘도 역시 엄마 장어의 반을 들어 아이 그릇에 올려주었다.

배시시 웃으며 "엄마, 고맙습니다." 하는 아이.

샐러드도 미소된장국도 오늘은 제 것을 다 먹고도 더 먹겠다 해서 엄마 것을 내어주었다.

오늘 정말 배가 많이 고팠구나.


행복하게 먹고 뽀얀 얼굴로 식당을 나왔다.

아들 그거 알아? 엄마가 장어를 양보한다는 건 진짜 사랑이다?

지구상에서 아니 온 우주에 엄마 음식을 양보해 줄 수 있는 사랑은 아들 하나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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