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79. 종이접기는 여전합니다.

by Aloha J


작년에는 형아들이 접어준 멋진 팽이를 가방에 갖고 오더니 올해는 좋아하는 동생에게 자신이 아끼는 팽이를 선물하는 형아가 되었다.

종이접기 즐기는 멋진 어린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는데, 몇 년째 종이접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도 엄마 앞에서

"난 손재주가 뛰어나. 열심히 연습해서 잘 접지."

하면서 네메시스라는 블레이드를 접고 있는 중이다. 이젠 여유가 생겨서 종이 접기를 하면서 엄마에게 각 팽이 이름에 대한 배경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어른 못지않게 킬각을 뽐내는 접기선이며 깔끔한 모서리가 나오도록 정교한 접기를 하는 아이를 보면 대견하다. 조금만 찢어져도 "망했어!" 하면서 종이를 구기는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괜찮아. 이 정도는" 하면서 끝까지 접는 끈기도 보여준다.

"00아, 고거 살짝 찢어진 거는 전체 완성했을 때 보면 아무 영향이 없어." 하면서 일부러 찢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완성했을 때 정말 표도 안 나는 걸 몇 번 경험하더니 이젠 그 좌절 구간을 제법 의젓하게 넘길 줄 알게 되었다.


신기한 건, 종이접기 책을 보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잘 따라 하는 점이다. 책을 보면서 차분하게 방향과 모양을 관찰하고 근사하게 팽이를, 미니카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가능성은 어른이 가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여전히 집 안 이곳저곳 팽이가 등장한다. 정성 들여 접은 팽이를 엄마에게 선물해 주겠다면서 으스대는 귀여운 모습도 여전하다. (딱히 엄마는 이 팽이를 사용할 곳은 없지만, 덕분에 엄마 가방에 잘 넣고 다니고 있어. 우리 아들 생각할 때 만지작 거리지.)

잘 접은 팽이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보여주며 신난 아이를 보면 팽이 하나가 아이에게 큰 행복이 되어주는 게 마냥 귀엽다.


어려운 단계를 척척 접어가면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마치 엄마, 나 이거 잘하죠? 이거 좀 보세요 하는 눈빛이란...

꽤 어려워 보이는 접기인데 저 조막손으로 야무지게 접어대는 걸 보면 진심으로 감탄하게 된다.


오늘도 멋진 팽이를 완성했다.

"이거 엄마 줄 거야?"

아이의 멋진 팽이를 감상하며 일부러 달라고 해본다.

"음... 미안해." 하면서 너무 멋진 팽이라서, 자신이 정~~ 말 아끼는 거라서 못 준다는 아이.

소중하게 접은 팽이를 가방에 넣는다. 내일 등원할 때 갖고 갈 거라며..

팽이 하나로 행복할 아이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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