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82.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by Aloha J

아침 등원 준비, 엄마의 요구에

"네, 엄마!" 하는 아이를 보고 남편이 깜짝 놀란다.


"아니, 00 이가 이렇게 씩씩하게 대답을 잘한다고?

와, 밥도 앉아서 먹네?"


주말 말고는 아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빠에게 아이의 모습이 생소하고 대견한 모양이다.


"밥 먹을 때마다 제~일 늦게 먹고, 바른 자세도 안 하고... 하...애기 때부터 먹여줬으니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지? 어린이집에서도 저렇게 늦게 먹어? 학교 가서도 저러면 어떡하냐..."

주말마다 밥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남편이 내게 하는 말이다.

그 말속에는 나를 탓하는 의미가 다분하지만...ㅎㅎ

아이와 나는 아빠의 그런 반응이 달갑지 않다. 아이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부분이고,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배우는 과정인데 너무 조급한 아빠의 반응에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사실 엄마와 둘이 밥을 먹는 평일에는 아이의 모습이 주말과는 사뭇 다르다.

식사 준비를 위해서 수저를 식탁에 놓고, 식사가 준비되면

"엄마, 우리 대화하면서 먹을까?"

멋진 제안을 하고는 식사 중 대화를 즐기는 의젓한 어린이다. 간혹 허리를 굽히고 먹는 경우는

"00아, 바른 자세"라고 코멘트를 줘야 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싹싹 비워서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는 것까지 멋지게 해내는 중이다.


아빠와 밥 먹는 주말은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이벤트인지 살짝 들뜬 모습으로 이야기가 많아진다. 당연히 속도가 늦어지는 걸로 보이지만 밥을 다 먹고 옆에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일주일간 하고 싶었던이야기를 쏟아내느라 밥에 관심이 덜한 것뿐이다.

내 눈엔 아빠랑 함께해서 신난 아이가 더 크게 보인다.

그래도 먹어야 하니까 평일과는 달리 아이 입에 수저를 몇 번 올려주기도 하지만...


잘 자라고 있는 아들을 천덕꾸러기로 알고 있는 아빠는 아이가 씩씩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신기한 아침인가보다.


씩씩하게 대답만 잘하게? 제 할 일도 스스로 해내고, 샤워도 이젠 자주 혼자 해낸다고. 정리도 잘하고, 매일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내고 있는데... 아빠야, 기우다 기우.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로 엄마에게 매번 핀잔을 주는 아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아침이라 슬쩍 넘어간다.


아이의 사회성, 도덕성, 윤리성의 성장이 뇌성장에 기반해서 이제 막 틀을 잡아가는 시기인데 성급하게 요구하는 아빠에게 이제야 아들의성장이 조금씩 눈에 보이나 보다.


그래, 아빠, 당신도 일 하느라 고생하지. 근데 걱정 마. 아들 잘 자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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