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잘하는 거? 생각해 보자.
"엄마, 엄마는 요리하는 게 좋아?"
아침 준비를 하는데 불쑥 아이가 묻는다.
요리를 좋아한다라.... 허허허.. 그럴 리가...
"울 애기 먹이는 거 할 때는 좋지."
진심이다. 다른 요리는 관심도 재능도 없지만, 내 아이 입에 넣어줄 음식을
정성스럽게 하는 건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우리 엄마가 뭘 잘하는지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합니다."
라고 했었다. 아니, 우리 아들이 어째 그런 생각을..ㅋ
"여보, 내가 인터넷으로 봤는데, 10분 만에 하는 육개장이 있는데, 내가 이번 주말에 해줄게!"
"괜찮아, 실험 안 해도 되니까. 나 김치찌개만 있음 돼. 정말 괜찮아."
나의 요리 도전을 한사코 사양하는 남편 반응이 나의 현실 값인데도,
아이는 엄마가 해준 음식은 모두 맛있게 잘 먹어준다.
"엄마, 우리 각자 어떤 재능이 있는지 말해볼까?"
"좋아!"
내가 뭘 잘하는지 생각해 본 게 너무 오래라...진지하게 생각을 끌어모아봤다.
"엄마는 뭘 잘하는지 엄마부터 이야기해봐. 우리 하나씩 하나씩 알았지?"
"음....(정말 생각이 안 났다.) 음.... 아! 엄마는 걷는 거 잘해."
"맞아, 엄마 걷는 거 잘해. 나 엄마랑 걷는 거 좋아. 나는 그림을 잘 그려."
"00 이는 그림을 멋지게 그려! 색감 선택하는 센스도 탁월하지!"
"엄마, 나는 종이접기를 잘해."
"맞아! 멋지게 잘 접더라. 연습도 열심히 해서 더 잘하는 걸!"
"엄마는 또 뭐 잘해?"
"엄마? 엄마는.... 잘 뛰어!"
"맞아, 엄마 진짜 빨라. 나도 빠르게 뛰고 싶은데..."
"00이 몸속에 엄마 유전자가 있어. 엄청 빠르게 뛰는 유전자도 있으니까 우리 그 능력을 잘 연습해서 발휘하자?"
"좋아요!"
요리를 잘하는 엄마 (라고 생각해 줘서 고맙다, 열심히 해볼게.)는 오늘도 아들 덕분에
내가 뭘 잘하는지 오랜만에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