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11.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스케줄.

by Aloha J

분명히 엑셀파일에 잘 짜둔 입학 후 하원 스케줄이 있었다. 기다렸던 수영 강습도 시작하게 되었고, 계획했던 시간들에 배워야 할 것들을 퍼즐 맞추듯 완성한 스케줄. 적응기간이라는 걸 감안하지 않고, 바로 시작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덕분에 스케줄이 모두 공중으로 날아갔다.

방과 후 수업 신청을 위해 받은 안내책자를 살피면서 여기저기 끼워 맞추니 살짝 틈이 생기고, 뭔가 개운치 않은 스케줄이 되고 있어서 복잡하게 엉킨 스케줄 실타래를 잠시 손에서 내려놨다.


그래, 첫 주 장염을 앓으면서도 씩씩하게 잘 학교에 다녀온 것만 해도 잘했지.

주말 동안 엄마가 아파서 쓰러져있는 중에도 엄마 곁을 지키며 혼자서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랜 것도 고맙지.


열심히 만든 스케줄표를 다시 살펴보니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것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거였다.

그래서 우리가 그 스케줄을 기꺼이 소화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다.


무슨 용기로, 책을 줄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방과 후 활동을 넣을 생각을 했다. 방과 후 활동을 하루 2개씩 5일간 채워 넣을 계획을 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나도 그래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방과 후 안내장을 정독하고 있었다. 그래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방과 후는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니었는데...;

방과 후 수업과 사교육 수업을 이것저것 덧붙이니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왜 이렇게 스케줄표를 보면서 피로감이 몰려오나 했더니.. 이거였구나..;;


지난밤 아이를 재우고 다시 우리의 하루를 살펴봤다.

계절마다 코끝으로 시선으로 즐길 우리의 산책이 사라질 수 없으며

아이의 건강을 위한 운동 한 가지도 지켜줄 계획이다.

영어 집중 읽기도 아이와 꾸준히 그 목적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을 단단히 확보해야 한다.

방과 후라는 국가 정책이 고맙긴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책 시간을 더 성장시켜야 할 때.

다시 우리의 목표에 집중한다.


방과 후 활동을 대폭 줄여서 다른 아이들보다 하교가 빠르겠지만, 이건 또 역시 엄마의 몫이다.

12시 50분과 1시 40분이면 정말 뒤돌아서면 바로 돌아오는 시간이지만, 그 이후의 시간들을

잘 즐기고, 잘 배우고, 잘 읽고 잘 쉬고 싶달까...

아이가 너무 빨리 하교하게 되면 엄마가 힘들 거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은 아이에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중요한 시간이니까. 다시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간을 구성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강남(에 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