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엄마 사실 일부러 그런 거예요.

강남(에 사는) 엄마

by Aloha J

지난 목요일 오후 수영 수업이 있는 날.

아침에 일어나면 수영을 가는 날이라고 정말 신나 하는 우리 집 1학년 어린이.

오후 하교 시간, 교문에서 만난 아들이 갑자기

"엄마,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요. 오늘만 수영 안 가면 안돼요?"

라며 힘든 표정을 짓는다. 요즘 계속되는 콧물과 기침이 갑자기 안 좋아진 건가 걱정이 앞섰다.

우선 허기진 배고픈 아이를 위해 간식으로 먹일 연어 샐러드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다.

수영 수업을 빠지는 것에 대해 아직 확답은 주지 않은 채.

마트에서 채소와 연어를 바구니에 넣고 있는데 한적하고 사람이 없는 마트 안을 쌩쌩 달리는 아들.

아하...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더니.. 오케이...


"연어 샐러드 간식으로 해줄게. 너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병원에 먼저 다녀올까?"

"아.. 너무 배가 고파요. 우선 연어 샐러드를 먹을래요."

사랑을 듬뿍 담아 아이에게 연어 샐러드를 한 접시 앞에 두고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직도 많이 힘들어?"

".. 네에.... 진짜 오늘만 안 하고 싶어요."

"혹시, 수영 수업 때 곤란하거나 속상한 일 있었어?"

"아니요, 그건 아닌데... 오늘 팔 돌리기 할 건데, 무서워요."

아하, 울 애기 그게 긴장되는구나.

"00아, 우리가 소그룹 수업이라 선생님께서 00이 실력에 맞춰서 수영 가르쳐 주시는 거야.

오늘 팔 돌리기 하는 것도 00 이가 수영하는 상태를 보시고 결정하실 거야.

이 연어가 기운을 내게 해주는 좋은 음식이거든? 우리 맛있게 먹었으니까 수영 가보는 건 어때?"

"... 정말 오늘 팔 돌리기 안 해요?"]

"그건 엄마가 확실하게 대답해 주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00 이의 실력에 맞춰서 알려주실 거야."

"그럼, 오늘 수영 갈게요."


다행히 컨디션 난조가 사실이 아니었고, 해맑게 수영 수업을 들어갔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늘 부디 기분 좋은 수업이 되기를 기도드리면서 아이를 기다렸다.

물론 수영하고 나온 모습도 여느 때와 같이 밝고 신났다. 오늘 수영도 해피엔딩.


밤에 잠자리에서 아이가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사실 오늘 수영 가기 싫어서 내가 엄마한테 아픈 척한 거예요. 엄마 진짜 내가 아픈 줄 알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엄마는 우리 아들 아픈가 해서 정말 걱정했는데.. 아픈 게 아니었구나."

"깔깔깔! 내가 수영 안 갈 수 있을까~해서 엄마한테 그런 척! 한 거예요. 일부러 그런 거라고요!"

"그랬구나. 그래,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엄마도 그런 적 있어. 가기 싫고, 하기 싫은 날.

그런데, 오늘 00 이는 그 가기 싫은 마음을 이겨냈어! 이건 진짜 대단한 거야. 수영하고 나니까 기분이 어땠 어?"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역시! 특별한 사람이라니까! 하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는 건 어른도 힘들어. 근데 우리 아들은 오늘 그 마음을 이겨내고 신나게 수영을 배우고 왔잖아. 정말 멋진 사람이야!"

"정말 어른도 힘들어요? 그럼 나는 진짜 멋진 사람이네요?"

"응! 정말 멋진 사람이야."


아 오늘 교문에서 본 표정연기는 정말... 오스카상 감이었는데...ㅎㅎ

밤에 그가 고백한 그 귀여운 진심이 마음을 간지럽혀서 더 꽈악 안아주고 잠들었다.

이제 꾀돌이가 되기도 하는구나. 많이 컸다. 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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