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 소창을 삶고 바느질을 하며....

by Aloha J
bharath-kumar-h-tSpD7gWyg-unsplash.jpg

9개월까지 입덧으로 고생하던 임신기간.

뱃속에서 아이는 고맙게도 잘 자라줬다.

메슥거림과 구토, 어지러움으로

임신 기간을 알차게 열심히 보낼 수는 없었다.


막달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출산 준비를 시작하면서

일회용 기저귀를 고민했다.

일회용 기저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천기저귀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겁도 없이 강화도 소창을 제법 많이 구입했다.

아기의 기저귀를 손수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상상 이상의 엄청난 양의 소창 천 뭉치가 도착한 날,

처음 해야 할 일은 푹푹 삶아서 풀기 빼기였다.

배부른 임산부가 그 많은 재단된 소창천을

삶고 쥐어짜 말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세탁기의 삶음 코스를 일주일 내내 돌려댔다.

탈탈 털어 햇볕에 말리고 삶음 코스 돌리기를 3번.

뽀얗고 하얀 소창을 두 겹 씩 모아

올이 풀리지 않게 꿰매기 시작했다.

바느질을 채 다 끝내지 못하고 출산을 했다.


신생아 30일 동안은 집 한편에 쌓아둔 것들을

만질 엄두도 못 내다가..

50여 일 즈음부터 다시 바늘에 실을 꿰어

기저귀로 사용할 준비를 재촉했다.

보기만 해도 아픈 엉덩이 발진으로

고생하는 아가를 두고 볼 수가 없어서였다.


일주일간 아기의 밤잠 동안

새벽 수유시간이 되기 전까지

아기가 깰 새라 숨죽여 바느질을 해서 완성한 소창기저귀.

아기가 잘 자는지 지켜보면서 살금살금 해댔다.


그 사이 준비한 천기저귀 커버와 함께

아기의 엉덩이 지키기가 시작되었다.

작은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천기저귀 양이

제법 되었다.

기저귀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걱정했는데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발진은 조금씩 사라졌고,

천기저귀가 아이의 대소변 가리기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인터넷의 글들은

뿌듯함까지 느끼게 해 줬다.

외출 시에도 예쁜 기저귀 커버들 덕분에

어느 정도 시도해 볼 만했다.


일회용 기저귀보다 더 빵실한

뒤태의 치명적인 귀여움과

아기의 피부가 편안해지는 기쁨!

독점 육아지만 욕심내볼 만한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서

두툼한 천기저귀를 조금씩 포기했다.

(아이가 싫다고 찡찡대기 시작했다.)

쉬로 적시면 물먹은 솜뭉치처럼

묵직해는 느낌이 영 별로였는지...

자꾸 벗어댔다.

얇고 방수되는 인서트도 준비했는데..

너무 늦게 인서트를 시도했다.

결국 채 1년을 채우지 못한 천기저귀의 시대가 끝났다.


빨수록 부드럽고, 사용할수록 짱짱해진다는

소창을 버렸냐 하면..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밤잠 설치며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만든

고 소중한 걸 단칼에 버린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

매번 삶음 코스로 관리했던 소창들은

이제 주방에서 쓰는 주방 수건이 되었다.

기다란 소창 기저귀를 싱크대 하부장 문에

걸어두면 오며 가며 주방일 할 때마다

손 닦는데 그만이다.


찢어지고 닳아서 버리기 전까진

소창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우리의 일상을 함께 할 거다.


촌스럽고 고생스럽고 투박하지만

자연의 것을 좋아하는

강남(에 사는) 엄마다.



작가의 이전글강남(에 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