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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달비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

작달비 (2020), 152.4 x 152.4 cm, 캔버스에 아크릴, 현 Honolulu Mayor's Office of Culture and Arts 소장


하와이에서는 '작달비'가 흔하게 볼 수 있는 비 중 한 종류이다.

정말 이러다 물난리 나겠다 걱정이 될 정도로 거세게 (그리고 무섭게) 좍좍 내리다 갑자기 뚝 그친다.

낮에 내리는 작달비가 그치고 나면,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고, 물을 한껏 머금은 싱그러운 풀내음이 공기 중에 가득 차 있다.

만약 늦은 오후에 내리는 날은, 하늘은 우아한 트로피칼 오렌지 색 하늘을 바탕으로 쨍한 노랑과 붉은 분홍색이 같이 어우러지다가 깊이가 있는 연한 하늘빛이 어우러진 보라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Rainbow State (무지개 주)란 별명이 참 잘 어울릴 정도로 항상 어딘가에 무지개가 떠 있다.

밤에 작달비가 찾아온다면, 한없이 깊은 짙은 감색 하늘에 강렬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와이에는 비와 관련된 단어들이 참 많다. 한국도 비와 관련된 단어들도 많고, 설화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여우비란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시리즈 그림들을 제작했다.

여우비는 화창한 오후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우비에는 설화가 있는데, 구름이 여우를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호랑이에게 시집을 간다. 여우를 짝사랑하던 구름은 숲 속에서 열린 여우의 결혼식을 보게 된다. 구름은 슬픔에 복받쳐 엉엉 울다가, 곧 울음을 그치고 여우의 행복을 빌어준다. 구름의 눈물은 인간 세상에 비로 내려온다.


작달비라는 그림은 숲 속에서 엉엉 우는 구름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녹색과 노랑이 주로 사용이 되었다. 녹색과 노랑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녹색은 희망과 자연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색깔이지만, 질투를 상징하기도 한다. 브로콜리나 녹색 피망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녹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노랑도 희망과 따뜻함을 가진 색깔이지만, 경고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말벌의 노란색 줄무늬와 조심을 나타내는 표지판들에도 노란색이 있다.

같은 색깔이지만, 개인의 경험과 문화적인 배경이 어우러져 사람들은 각자 다르게 색깔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된다.

두 색깔의 의미를 종합해보자면, 청량한 숲 속에서 '구름'이 결혼식을 보았을 때 느꼈을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여러분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그림을 본다면 또 다른 해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림 속 좍좍 내리는 비를 통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듦을 씻어내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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