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ale Lan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 소소한 달달구리 여행기, 하우피아

맛있어져라~ 비비디 바비디 부!

석사 1년 차 때의 일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학교 안의 작은 성당으로 갔다. 오후 5시 미사가 끝나면 학생들끼리 모여 뷔페식으로 밥을 먹었는데, 이 시간은 매주 다른 나라 학생이 자신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서로 더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처음에는 학생 미사에 가길 주저했었지만, 음식으로 문화교류를 하다 보니 서서히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음식은 사람들과 친하게 해주는 대단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매주 일요일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먹다 보니, 드디어 내가 만들어야 하는 순서가 왔다. 성당에서 재료비를 지원해줬다. 대략 한식을 30인분으로 준비해야 했다. 아뿔싸. 하와이의 살인적인 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의 매 끼니를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요리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위한 요리는 처음이었다. 어쩐담.


친구들이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만든 불고기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불고기는 자신 있었다. 소고기를 못 먹는 친구들을 위한 요리는 두부 부침이랑 샐러드를 준비했다. 그리고 다른 것을 더 만들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흰쌀밥은 다행히 성당에 대용량 밥통과 남은 쌀이 있었다. 음료도 여러 음료들을 다양하게 준비하면 됐다. 하지만 문제는 디저트였다. 약과 같은 한식 디저트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는 무리였다. 한 친구가 하우피아는 만들기가 쉬우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지 조언해줬다. '오?! 만들기가 쉽다고?' 난 주저 없이 하우피아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들기 쉽다고 했던 하우피아는 아주 보기 좋게 망했다. 내가 처음 디저트를 만들어본다는 것을 안 친구들이 혹시 모를 만약을 대비해서 또 다른 디저트를 만들어왔다. 그녀들의 선견지명은 다시 생각해봐도 참 놀랍다.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차렸던 저녁 한 상.

다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많이 뿌듯했다.

비록 하우피아는 망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하와이 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던 저녁이었다.


그럼 '하우피아'란 무엇인가.


하우피아 (Haupia)는 하와이의 대표적인 코코넛 우유로 만든 디저트이다. 하우피아 그 자체로 먹기도 하고, 케이크나 다른 파이 위에 같이 얹어서 먹기도 한다. 아니면 맥도날드의 하우피아 파이처럼 아예 하우피아를 사용한 파이같이 업그레이드된 디저트도 있다. 맥도날드의 하우피아 파이 괜찮다. 혹시 새로운 음식 시도하기가 조금 부담스러우면 가성비 최고인 맥도날드 하우피아 파이를 시도해보면 좋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타로와 하우피아를 이용해 만들었던 하와이 디저트이다. 담백한 달달구리로 기억되고 있다.


하우피아 (Haupia)의 Pia는 arrowroot라는 칡과에 속하는 식물을 가리키는데 고전적인 방법은 arrowroot의 전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옥수수 전분을 주로 많이 사용한다. Hau는 어떤 뜻을 가리키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필자는 '얼음, 눈, 산들바람, 시원한'을 뜻하는 Hau라는 단어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왜냐하면 하우피아는 정말 눈처럼 새하얀 색깔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단어는 '하우. 피아'라고 하우와 피아 사이를 살짝 띄워서 발음해주면 현지인의 억양과 비슷하게 된다. 굳이 나만의 발음기호로 적어보자면 [하우ㅅ피아]가 될 것이다.


잘 만들어진 하우피아는 푸딩과 젤리 그 중간의 식감이 난다. 확실히 이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는 게, 가끔 하우피아로 만들어진 디저트를 먹어보면 부드럽고, 몰랑몰랑하면서도 쫀득쫀득하다. 만드는 방법은 정말 '쉽다.' 쉽다고 강조한 이유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은 쉽지만 난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조금 있다. 이 글의 조리법은 대중적인 하우피아 만들기 방법에 친구들이 알려준 내가 실수했던 부분을 첨가해둔 조리법이다. 이 글을 읽고 만들기를 도전해보시는 분들은 꼭 한 번에 성공하시길!


[재료]

코코넛 밀크 1캔, 설탕 조금, 옥수수 전분 조금 (5 숟가락 정도), 물 반 컵, 냄비, 베이킹 트레이 (9x13 혹은 8x8inches)


[조리법]


1. 물 반 컵과 설탕을 미리 잘 섞어준다. 설탕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절한다. 옥수수 전분은 코코넛 밀크를 끓이면서 넣으라고 하는 조리법대로 따라 했다가 의외로 안 뭉쳐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옥수수 전분은 하우피아가 잘 뭉쳐지는 역할을 한다. 물과 설탕을 섞을 때 옥수수 전분을 소량 같이 섞어주면 나중이 편안하다.


2. 중간 불로 코코넛 밀크를 5분 정도 끓이는데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자주 저어주면서 태우지 않도록 조심한다.


3. (1) (2) 넣으면서 계속 푸딩의 질감이  때까지 저어준다. 하우피아의 점도가 약한  같으면 옥수수 전분으로 점도를 다시 조절해준다. 하우피아의 성공 여부는 적당한 점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단계가 제일 중요하다.  적당한 점도가 되지 않으면 그냥 부드러운 푸딩처럼 되어버리거나 연두부처럼 으스러진다. 아무리 여기저기 물어봐도  부분은 만드는 사람의 ''이자 '경험'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어머니들이 요리하실  '그냥 대충 넣었어~' 느낌인  같다.


4. 베이킹 트레이에 (3)을 부어 열을 식혀준다.


5. 열이 식었으면 랩으로 싼 후 냉장고에 최소 2시간을 넣어준다. 나의 경우엔 기숙사 공용 냉장고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하우피아가 충분히 굳어질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굳어지려고 하면 냉장고 문이 열리고, 음식이나 재료 찾는다고 이리저리 위치가 바뀌고 사람 손을 수시로 타는데 굳어지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만약 만든다면 밤새 냉장고에 넣어두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사이폰 커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