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

2020년 1월 22일

by 알로


# 너랑 좀 같이 가고 싶은데 어뗘? 물었을 때 솔이는 단번에 따라나섰다. 뭘 보여줘도 섣부른 편견이 없는 아이. 본인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어내고야마는 아이. 그렇게 느낀 감정을 내게 털어놔야한다며 귀엽게 웃는 아이. 예뻐죽겠다. 어쩌다 너랑 연이 닿았을까 정말 고맙다.

#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미뤄온 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현장에 팥죽을 내놓자길래 달력을 보니 동지였다. 닮고 싶은 아빠 모습을 보고 산다. 세상일이란 게 팥죽 하나 끓이는 것도 내맘처럼 쉽지 않던데. 역시나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 첫 출장지였던 진도 팽목항에 오니 생각나는 것도 떠오르는 분도 많았다.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거나 끊겼다. 그중 한 분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 하루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뀌놨던가. 나는 이 회사에 들어와 어떻게 살아왔던가. 이런저런 생각.

# 낑낑거리며 기어이 노트북을 들고내려갔는데 한 번을 열어보지 못했다. 덕분에 내 노트북은 충전 만땅인 상태로 진도와 조도에 가보는 호사를 누렸다. 뭐 이리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나, 싶은데 그게 또 매력 아니겠나, 싶어 피곤하지만 꽤 괜찮은 주말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 말로만 듣던 솔이 부모님과 동생을 만났다. 성인이 되고 만난 사람의 가족을 알게 된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다. 이렇게 맛있는 정성을 먹고 자란 아이가 서울에서 매 끼니를 무슨 맛으로 먹나. 생각이 절로 드는 아침 밥상이었다. 솔이가 만날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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