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4일
⠀
선생님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훨씬 멋진 분이었다. 말 한 마디 더 붙이려고 아는 문제도 모르는 척. 갈색양복 잘어울리세요 적은 쪽지, 주머니에 넣고 후다닥. 그 뒤로 3일인가 연일 갈색 양복차림의 선생님 모습에 얼마나 많은 밤을 설렜던가. 중3 올라가고 바뀐 국어선생님 싫다며 얼마나 많은 밤을 울었던가. 14살 인생 첫 시련에 내 방에선 매일밤 한스밴드 노래가 흘러나왔더랬다. ⠀
⠀
지문을 찰지게 읽어내려가던 선생님 목소리를 나는 참 좋아했다. 20년만에 만난 커피숍에서 한 톤 변함 없는 목소리로 이 책 읽어봤니? 글도 쓰니? 합평은 해봤니? 선생님은 여전히 그때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이었다.
⠀
사진 찍자는 말을 끝내 못했다. 헤어지는 길, 모교는 혼자 가면 서운한 것이라며 동행을 자처해 사진까지 찍어주셨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20년 세월 거슬러 연락처 수소문한 보람이, 이렇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