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0일
확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인간관계의 주기가 바뀐 느낌이랄까.
작년 가을 즈음부터 작고 미세한 변화가 내 일상에 찾아왔다. 조금 더 절제하고 조금 더 새로운 습관을 만들었다.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관계는 과감히 끊는 (그간 내 인생에서 시도해본 적 없는) 도전도 있었다. 술자리는 눈에 띄게 줄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귀가 시간은 앞당겨졌다. 엄마와의 식사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제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오래 가져가지 않고 털어내게 됐다.
그건 나에게 필요한 변화였다. 오랜만에 치과에 간다던지 운동을 주기적으로 해야 될 임무를 맡는다던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바뀌어온 결과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술을 찾는다면 술자리에 갈 일이 많아지는 건 당연하듯 갈구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늘어난다.
이번 유골 발굴 출장지에서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는 사람을 봤다. 이름도 어디서 만났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아는 사람 같은 기분. 눈이 마주쳤다. 확신은 없었지만 혹시 작년에... 까지 말을 뱉었더니 내 이름을 말하건 사람. 그는 딱 지난해 이맘때 조선학교 취재로 만났던 재일교포였다.
도쿄 지하의 한 식당에서 수십 명이 모인 자리. 잠깐 한 두 마디 나눴던 사람을 오키나와 북부 유골 발굴 현장에서 마주치다니. 관심사가 비슷하면 이렇게도 만나게 되는구나. 새삼 인연과 우연의 힘을 느꼈다.
같은 선상에 서 있다는 건 국적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나이가 달라도 훨씬 든든한 동지애를 느끼게 해 준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만 같이 살아가고 있구나,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동안 상암동 5층 사무실에 너무 오랫동안 박혀있던 게 아닐까. 좀 더 나와야겠다, 마음먹은 출장이었다. 그 밖에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결과적으로 유골 발굴은 예상했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듯싶지만,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