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넌 왜 이빨이 없어

너니까 할 수 있는 말

by 알로

민정이 첫 이사 때 작은 방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신문지 깔고 짜장면을 시켜먹었더랬다. 혼자 한국에 건너와 첫 살림을 꾸렸던 20대 민정이는 그때도 참 다부졌다.

두 번째 집은 순화동 근처였다. 회사 숙직실 대신 종종 민정이네 신세를 졌다. 나 먼저 출근할게, 밥 챙겨 먹고 나가. 열쇠와 수건에 화장품까지 챙겨두고 나간 민정이의 섬세함에 반했었다.

세 번째 보금자리가 된 민정이네 집. 같이 조립한 의자에 앉아 이야 집 참 잘 구했네 감탄하는 사이 이것저것 먹을 것을 갖다 주며 "첫 손님이니까 서비스드릴게요" 같은 드립을 내놓는 여유도 생겼다.

같은 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나 같은 분야를 전공하고 배드민턴까지 같이 해온 이 아이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야 넌 왜 이빨이 왜 없냐, 고 묻는다. 나이 먹어갈수록 그런 막역함이 고파지는데 갈증을 채워준다. 칠순잔치 때 넌 왜 틀니가 그 모양이냐, 선수 쳐야지.


*가명(민정)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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