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길. 서울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부터 한 방울씩 비가 쏟아졌다. 파주에 도착해 비 몇 방울 맞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중 카톡이 날아들었다.
"출판단지 들어서면 전화해라. 우산 들고나갈 테니."
진작에 주무시는 줄 알았던 아빠다.
가끔은 아빠가 정류장에 마중 나와주길 기대한 적이 있었다. 이 버스인가, 다음 버스인가. 아빠가 귀가할 때 이따금씩 나간 적이 있다. 강아지랑 정류장에 서서 아빠가 탄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이 좋았다. 아빠도 한 번쯤은 나와줄 법도 한데... 그리웠다.
출판단지에 들어서자 빗방울은 장대비가 되었고, 난 약속대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괜히 옆자리 사람에게 들리게 큰 목소리로 말해본다. "에이~ 아빠. 뭘 또 나오고. 에이~ 추운데. 에이~ 곧 내려요."
여행을 갈 때나 밥을 먹을 때나 늘 아빠는 말하고 나는 들었다. 내가 물으면 아빠는 답했다. 아빠는 모르는 게 없었다. 오늘은 좀 달랐다. 버스정류장 앞에 우뚝 솟은 전봇대 아래 잘게 부서진 나뭇가지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아빠, 이거 까치집이다. 4월부터 까치 산란기라서 둥지를 트는데, 까치집 지으면 위험하고 정전되기도 하니까 한전에서 까치집을 부셔버리거든. 그래서 이렇게 떨어져 있는 거예요."
뿌듯하다. 나도 아빠한테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게. 아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평소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나뭇가지들이 까치와 까치를 쫓는 엽사들을 취재한 후론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전봇대 아래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으면 혹여나 새끼 까치도 같이 떨어져 있을까 봐 들춰보곤 했다. 그러다 죽은 새끼를 발견하기도 했고 버려진 종이 상자에 담아 집으로 데려와 마당에 묻어주기도 했다. 그랬구나, 마음 아팠겠다, 아빠는 조용히 들어준다. 그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빠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빠도 진도에 있을 때 까치집이 예뻐서 올려다봤거든. 때마침 어미 까치가 먹이를 물고 날아왔어. 근데 내가 쳐다보고 있으니까 둥지로 안 돌아가는 거야."
"왜?"
"지 새끼가 있는 곳을 알리기 싫은 거 아닐까. 영리하거든 고놈들이."
"아, 맞아. 엽사도 그런 말 했던 것 같아. 차만 봐도 도망간대."
"한동안 빙빙 돌다가 둥지로 가더라고."
오늘도 내가 한 방 먹었다. 그래도 뭐 좋다. 이렇게 집에 같이 걸어올 수 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