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

by 알로

호기심에 눈썹 문신을 해봤다. 여자라면 눈썹 정리는 기본이지! 를 외치는 세상인 듯싶지만 왠지 모르게 등한시해왔다. 너 눈썹 참 예뻐,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부단히 말해준 덕이다. 나는 내 눈썹이 정말 예쁜 줄 알았다.


내 돈 주고 하는 것이었다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을 텐데 체험 후기를 적는 조건이었다. 수술대에 오르듯 식은땀 흐르는 두 손 부여잡고 시술 베드에 기어올랐다.


"눈이 이렇게 생기셨으니까, 끝부분이 좀 올라가면 좋을 것 같고요. 웃지 말고, 잠깐만 가만히 있어보세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손에 거울을 쥐어준다. 얼굴은 검은 펜슬로 난도질돼있다. 그려질 눈썹을 상상해본다. 뭐든 좋을 것 같다. 신선함, 새로움, 가꿔진 얼굴. 잘 어울리는 것보다 미에 대한 열망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전문가가 예쁘다는데 더 말할 게 있을까. 군말 없이 진행해달라 했다.


고3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은 퉁퉁 부은 눈으로 학교에 나타났었다. 한동안 복도에선 암구호 같은 대화가 오갔다.


"눈 했어?"

"살짝 찝었어"

"부기 빠지면 예쁘겠네"


"쟤 눈 했대?"

"찝었대"

"빠지면 이쁘겠네"


호기심에 엄마한테 슬쩍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 나도 쌍꺼풀 수술할까?"

"너 눈 예뻐. 안 해도 돼."

나는 내 눈이 정말 예쁜 줄 알았다.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다 해도 아마 난 못했을 거다. 겁이 많다. 그런 나였기에 시커먼 짱구눈썹을 하고 돌아간다는 건 엄마의 상상 속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관문에서부터 엄마는 빵 터졌다.


"뭐 한 거야?"

"눈썹 문신"

"왜 한 거야?"

"궁금해서"

"하지 말지"

"왜? 이상해?"

"거울 안 봤어?"


거울을 안 봤냐니. 그보다 더한 악평은 없다. 며칠 지나니 조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이전과는 다른 정돈된 듯한 느낌. 깔끔하니 보기 좋고 편하다. 나는 시종일관 웃는 상인데 아무리 웃어도 눈썹은 끝끝내 일자인 건 다소 어색하지만 뭐 나름 거리에 있는 여성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만족스러웠다.


며칠이 지나고 저녁 식사자리. 엄마가 말을 꺼냈다. 딸내미가 눈썹 문신을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눈치를 못 채냐는, 아빠를 향한 채근이었다. 아빠는 눈썹 문신이란 단어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눈썹을 재빠르게 훑는다. 뭐라고 말할 법도 한데 별다른 말이 없다.


"이상해?"

"예술이 말이야"

"...?"

"예술은 모방이거든"

"응"

"예술이 뭘 모방한 건지 알아?"

"자연?"

"응, 자연을 모방한 거야. 자연이 그만큼 아름답고 위대한 거야. 자연스럽다는 것"


그 한마디로 나의 눈썹 체험은 막을 내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더이상의 욕심이 사라졌다.


모나리자엔 눈썹이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이기에 눈썹의 부재는 다양한 설을 낳았다. '원래 눈썹이 없었을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여인들 사이에선 눈썹을 밀어버리는 게 유행이었단다.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를 위해 일부로 눈썹을 그리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나는 후자를 믿고 싶다. 비단 눈썹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까짓 거 눈썹 좀 정리 안 한 얼굴이라도 뭐 어때.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건 눈썹이나 눈꺼풀이 아니다. 불편함이 없는 시원한 미소. 그 미소 하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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