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탈 때 마스크를 안 낀 승객에게 기사님은 주의를 준다.
"마스크 끼고 타셔야 됩니다."
승객들은 하나같이 다시 내린다. 뒷걸음질 쳐서 다시 정류장에 내리고 허겁지겁 주머니 속에서 고이 접어 간직해둔 마스크를 꺼내고 서툰 손길로 마스크를 귀에 걸고 그걸로도 모자라 한 손으로 마스크를 꾹 누른 채 버스카드를 찍는다.
코로나 초기엔 마스크를 안 끼고 타는 승객들을 볼 때마다 도끼눈을 하고 째려봤다. 개념이 없네, 생각이 없어, 매너가 없어!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잠깐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허겁지겁 버스를 타야 할 때 손목에 걸린 마스크 꺼내랴 호주머니에서 카드 꺼내랴, 그 와중에 버스가 날 못 보고 지나치면 어쩌나 다급해진 내 손길을 보며 잠깐 까먹을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한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몇 명만 그런 줄 알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치 버스라는 공간은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입장하지 못하는 구역이 돼버린 것처럼 (그것도 맞지만)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서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조금만, 아주 손톱만큼의 작은 배려만 있으면 포털사이트를 차지하는 사건사고 기사가 반으로 줄어들 텐데 싶다. 오늘도 버스에서 멋쩍게 웃으며 착실하게 정류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마스크를 꺼내는 남성을 봤다. 기사님은 되려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천천히 하세요."
배려는 작고 귀여울수록 소중한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