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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어온 바람 앞에서

by 알로

코로나로 또다시 배드민턴장과 헬스장이 닫았다. 뒤늦게 깨닫는다. 아, 경각심이 풀어졌었구나.


운동은 해야겠고, 갈 덴 없고

퇴근하자마자 따릉이 끌고 한강 질주했다.

합정역에서 잠수교까지. 통제 풀린 지 열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던 오늘 저녁. 서울 시민 죄다 나와있나 싶을 정도로 한강엔 사람이 많았다.


저마다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둔 채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열심히 팔다리를 움직인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버티려는 발버둥처럼 보였던 그 모습들이 애틋했다.


친한 동료가 사무실에 오자마자 가방을 털썩 내려놓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4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8월로 미뤘는데, 식 앞두고 일주일 전이었던 어제 고강도 거리두기가 발표됐으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결혼식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도, 많은 하객을 부르려 하지도 않는 그녀는 이미 청첩장을 돌린 상황에서 노심초사할 하객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했다. 마음 같아선 예식장에 식대 다 물어줘도 되니까 하객들이 마음 졸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차라리 안 오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그저 조용히 하고 싶었던 게 전부인데 원치 않게 관종이 되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보고만 있어도 안타까움이 전해진다.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겠나. 개중엔 2월부터 끔찍하게 거리두기를 지켜왔던 사람들도 있을 거고, 보란 듯이 마스크를 벗어재끼고 나돌아 다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로를 탓하고 벌주기엔 상황이 절망적이다. 그저 우리 모두가 잘 버텨내길 바랄 뿐이다. 일자리를 바꿔야 했고, 새로운 상황들과 직면하고, 사람을 잃고, 사업이 바닥을 치고, 억 소리 나는 재산 피해를 보고, 당장 앞길이 막막한 누군가들을 위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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