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술자리에서 "밀착은 재밌긴 한데, 취재가 수박 겉핥기 식 같아서 좀 가벼운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면이 있다, 고 대꾸했지만 속으로 발끈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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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짜리 만들려고 서류 수백 페이지를 출력해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는 동료를 보면 그때 그 친구에게 사진 찍어 보여주고 싶었다. 저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짧은 인터뷰 하나 넣을 15초를 두고 밤낮 고민하는 동료를 볼 때마다 그때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렇게 진심을 다 하는데. 아직도 곱씹는 걸 보면 여전히 그 말에 반감이 남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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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정처 없이 걸어 다닐 때가 좋다. 어쩌면 밀착 덕분이다. 어딜 가도 네이버 뷰로 살폈던, 가끔은 직접 나왔던, 하루 종일 카페에 숨어 뻗치기를 했던 지난날이 떠올라서다. 요즘 들어선 그렇게 좋아했던 밀착에 얼마나 애정을 쏟고 있나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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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소식에 분노하고 빵빵 터지는 정치뉴스에 달린 댓글을 즐겨 보지만, 정작 내 일상 속 희로애락을 좌우하는 건 거리의 소소한 풍경들이다. 인도에서 담배 태우는 사람을 보면 가장 화가 나고, 야무지게 마스크를 올려 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지하철을 타면 짠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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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란 사람에겐 소소하고 작은 것들에 일희일비하면서도 그게 또 사는 맛이지, 되뇔 수 있는 밀착이 최적의 일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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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재활용 쓰레기 아이템을 하는 중이다. 오늘 걸어 다닌 거리에선 죄다 쓰레기들만 눈에 들어온다. 업무가 끝난 청소노동자의 쓰레기통에 대짝만 한 우산이 꽂혀있는 걸 보며 저걸 어떻게 처분하라고 둔 걸까 의아하다가도 쓰레기통에 버렸으니 칭찬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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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에 온 지 5년 반이 되어간다. 해온 아이템보다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적다는 소리겠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에 꽂혀 딱 즐길 수 있을 정도만 고통을 누렸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아이템 찾는 일에 즐거움 한 스푼 얹어볼까.
글에 등장하는 '부캐'는 김지수 기자 컬럼에서 인용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569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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