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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민 Oct 03. 202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마디

치킨을 먹다 화장실에 다녀온 동생의 바지 지퍼가 빼꼼 열려있었다. 너무 대놓고 열려라 참깨 하고 있길래 다급하게 알려주니 멋쩍지만 활짝 웃는 얼굴로 말한다.


"아, 언니! 매력 어필 매력 어필!"


귀엽다.


물컵을 쾅 내려놓는 후배에게 짓궂은 선배가 말한다.


"오 좋아. 더 세게 내려놔봐. 자 시작!"


멋쩍은 후배는 다시 든 물컵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런 센스. 좋다.


식당에서 양념장이 지인의 옷에 튀어 계산대로 달려가 물티슈를 찾았다. 선반에 떡하니 놓인 물티슈 뚜껑을 열며 사장님께 사용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자 호탕하게 웃던 사장님.


"그럼요, 마음껏 쓰세요! (한 장 뽑는 거 보고) 천 원! (두 장 뽑았더니) 이 천 원! 이 천 원입니다!"


저런 센스는 어떻게 장착하는 걸까 싶다.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위트 있게 의사를 전달하는 화법. 상대방이 웃어넘길 수 있는 선에서 위트를 전달하는 방법. 동생의 한 마디에 자리가 즐거워지고, 선배의 한 마디에 후배는 민망해하지 않았다. 사장님의 한 마디로 식당에 머문 시간이 유쾌했다. 말 한마디의 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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