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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민 Nov 25. 2020

아빠랑 딸은 말이지

하루는 반주하고 돌아온 아버지와 거실에서 조우했다. 


약 한 달 전쯤 아버지와 크게 다퉜고, 나는 구구절절 옳은 말만 적었노라 확신하며 장문의 문자를 보냈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족이니 풀리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제대로된 대화가 없었고 시간은 흘러갔다. 한지붕 아래 살면서 방문에서 나오는 아버지와 마주침이 어색하다는 건 참으로 하고살 짓이 아니다. 내심 언제쯤 기회가 오려나 했다. 


소파에 걸터앉은 아버지는 거두절미하고 가장 하고 싶었을 말을 건넸다. 아주 다정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하지만 목소리가 젖어있었다. 


승민아, 글이라는 건 살려내는 글이어야 하는 거야. 누군가를 죽이는 글은 쓰면 안 되는 거야. 저번에 네가 보냈던 문자. 그 글은... 하고 말을 잊지 못하였고, 나는 그 정적이 너무나 죄송스러워 울컥했던. 그런 밤이 있었다. 


어른이 되도 싸운다. 평생을 살아도 다툰다. 그런 부딪힘에 서로가 아파하는 시간은 싫지만, 그렇게 한걸음 더 나아간 자리에서 부녀의 관계는 조금씩 성숙해져있다. 아버지와 꾸려나가는 평범하지도 마냥 행복하지도 않은 우리만의 방식에 나는 점점 애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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