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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민 Apr 27. 2021

보름달에 소원을 빌 거야

오빠랑 게임을 들어갈 때면 장난스레 묻는다.

"지면 화낼 거예요?"


매우 잘 치는 데다 웬만한 실수에도 너그럽게 웃어주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얼굴이 굳곤 했다. 그럴 때마다 더 장난스럽게 굴었다. 어어? 지금 화난 건가? 어? 웃어봐요, 웃어봐.


양심은 있어서 오빠에게 먼저 게임을 치자고 부탁한 적은 없다. 남복 게임하고 체력이 떨어져 쉬어갈 겸 나를 부르지 않는 한. 너무 실력 차이가 나다 보니 내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게임은 오빠가 먼저 치자고 한다. 나랑 비슷한 실력을 가진 친구를 한 명 더 넣어 겨뤄볼 만한 게임을 짠다. 대부분은 내가 오빠와 파트너가 된다. 오늘도 그랬다.


시작하기 전부터 화내지 말라 강조를 한 탓인지 오빠는 게임치는 내내 웃는다. 후위에서 스매시를 때리려다가 헛스윙을 해버렸다. 너무 절묘하게 엇나가 벙찐 얼굴로 서있는데, 어어? 승민이 라켓에 구멍이 뚫렸나 봐! 익살스럽게 웃는다.


오빠가 코트 양옆 앞뒤를 오가며 모든 볼을 다 받아내 준 덕분에 랠리가 조금 길게 이어져 재밌어질 만하면 나의 실수로 점수를 잃는다. 미안해서 돌아보질 못하면 뒤에서 또 웃는다. 잘했어, 잘했어, 너무 아깝다! 실로 그리 아까운 볼이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나름 시원하게 스매시를 때렸는데 보기 좋게 아웃이 됐다. 뒤에서 나이스!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뒤돌아 인이었냐고 물으니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럴 리가! 당연히 아웃이지!


유쾌하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 주어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웃으면서 운동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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