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날이면 식사가 여느 때보다 길어진다. 아빠 친구 오태수 아저씨가 닭 잡은 이야기며 지난밤 이장종 아저씨와 와인을 마신 이야기. 당신은 소주가 좋은데 요즘 친구들이 와인을 좋아해 곤란하다는 이야기. 아프간에서 들어온 아이들이 왜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지, 나은이는 건후랑 진우를 어떻게 보살피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다 털어놓고 나면 한 시간이 훌쩍 흘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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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따라놓고 몇 모금 마시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엄마를 아빠는 붙잡고. 오랜만에 얼굴 보니 좋지 않냐며 나 역시 덩달아 붙잡으면.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다시 앉고만다. 눈앞에 없으면 안달 날 것처럼 엄마의 시간을 또다시 붙든다. 그러는 사이 아빠에겐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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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마무리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그제야 식탁에서 일어나는 엄마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까 엄마는 항상 마지막까지 앉아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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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를 마치고 나온 아빠는 대화가 끊어졌다며 미안해했다. 한평생 걸어오며 우여곡절을 다 버텨내니 이제는 작은 것에도 고맙고 미안한 사이가 되었구나. 저들은 몇 겁의 인연으로 이번 생에 부부가 된 것일까. 문득 몽글거리는 기분을 곱씹으며 모가디슈를 예약해드리고 나는 집을 나왔다. 이로써 오늘의 행복도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