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승민 Sep 03. 2021

금요일의 아침 식사

 가족이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날이면 식사가 여느 때보다 길어진다. 아빠 친구 오태수 아저씨가  잡은 이야기며 지난밤 이장종 아저씨와 와인을 마신 이야기. 당신은 소주가 좋은데 요즘 친구들이 와인을 좋아해 곤란하다는 이야기. 아프간에서 들어온 아이들이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지, 나은이는 건후랑 진우를 어떻게 보살피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털어놓고 나면  시간이 훌쩍 흘러있다.

커피 한 잔 따라놓고 몇 모금 마시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엄마를 아빠는 붙잡고. 오랜만에 얼굴 보니 좋지 않냐며 나 역시 덩달아 붙잡으면.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다시 앉고만다. 눈앞에 없으면 안달 날 것처럼 엄마의 시간을 또다시 붙든다. 그러는 사이 아빠에겐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이렇다 할 마무리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그제야 식탁에서 일어나는 엄마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까 엄마는 항상 마지막까지 앉아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통화를 마치고 나온 아빠는 대화가 끊어졌다며 미안해했다. 한평생 걸어오며 우여곡절을  버텨내니 이제는 작은 것에도 고맙고 미안한 사이가 되었구나. 저들은  겁의 인연으로 이번 생에 부부가  것일까. 문득 몽글거리는 기분을 곱씹으며 모가디슈를 예약해드리고 나는 집을 나왔다. 이로써 오늘의 행복도 완성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70이 넘은 남자와 산다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