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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민 May 01. 2023

오밤중의 클래식 소리

출장에서 돌아온 가족이 클래식을 틀어놓고 잠에 들었다. 소리에 예민하고 잠귀가 밝은 그가 소리에 묻혀 잠들고 싶어 했다는 건 예사롭지 않은 일이기에 나는 목욕을 하고 나오면서, 내 방에 앉아 넷플릭스로 심야식당을 보면서, 잠깐씩 화장실을 오가면서, 이따금씩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그럼에도 자는 이를 깨운다거나 현관 앞에서 잠깐 조우했을 때 잘 다녀왔느냐라던가 피곤해 보인다던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성향을 존중하는 나의 방법이자 애꿎게 물었다한들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할 거란 지난날의 기억 때문이었다. 가끔은 그리 하고 싶은 날이 있는 거니까. 한 지붕 아래 살더라도 가끔은 말없이 지낼 수도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니까.


그럼에도 마음 한편 내심 물어봐주실 바랐으려나 염려가 되는 것. 참 조심스럽고 애틋하고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가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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