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에피소드
어느 날 아침. 잠결에 들려온 엄마 목소리.
"어머나, 너무 이쁘네."
식탁에 웬 장미꽃 한 송이가 작은 화병에 꽂혀있다. 이리 둬봤다가 저리 둬봤다가 어디가 더 예쁠까? 한껏 들뜬 엄마 옆에 웃으며 서 있는 남자. 웬 장미냐 물으니 아침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당에 떨어져 있다 했다. 그날 아침, 꽃 한 송이로 밥상은 화기애애했다.
칭찬은 아빠를 움직인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어김없이 식탁엔 장미꽃이 놓여있었다. 장미꽃을 두고 갖는 아침식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예쁜 걸 눈앞에 두면 사람은 마음이 너그러워지가 보다.
안 열리는 반찬 뚜껑을 연다던가 고장 난 자질구레한 것들을 뚝딱 고쳐낼 때마다 엄마는 아빠 앞에 엄지를 척 내세운다. 드라마에서도 안 쓸 법한 대사를 외친다. '우리 남편 최고!' 칭찬이 쑥스러운 아빠는 고개를 숙인 채 잔잔하게 웃는다. 그런 두 분을 뒤로하고 나서는 출근길.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젊었던 시절엔 투닥거리던 부부가 있었다. 고성이 오가면 방문을 꼭 닫고 나서도 방문에 귀를 대고 있던 어린아이가 있었다. 결혼 35주년. 아빠는 젊었을 때도 마당에 떨어진 꽃을 주워오는 남편이었다. 길가다 향기를 맡으면 꽃잎에 내 얼굴이 닿도록 번쩍 들어 올리던 아빠였다. 변한 건 엄마다. 그런 엄마의 칭찬에 아빠는 오늘도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