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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롱지다 Nov 19. 2022

너희들의 시험

2211180832 (그림, 채현교 作)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일이다.  집안을 뛰어다니며 아들은 파워레인저 놀이를 하고 딸은 그런 오빠를 따라다니며 오빠가 시키는 대로 매번 죽거나 맞는 역을 했다. 어느새 아들보다 말을 잘하게  딸이  이상 안하겠다며 장난감을 던지기 시작했다. 싸움은 눈만 뜨면 시작되어  감아야 끝이 났다. 그날도 남매의 놀이는 말싸움과 일러바치기로 끝을 맺는가 싶더니 몇시간째 마지막 구간만 무한 재생되는 중이었다. 도저히 참을  없던 나는 어디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왔다.


"누가 먼저 맞을래? 누가!"

:

갑자기 쎄한 분위기에 두 아이는 소리를 멈추고 서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수초 간 정적이 흘렀다. 이제 좀 엄마가 무서워졌나 내심 기대하던 차 두 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었다.


"안 내면 진거 가위바위보!"


결국 웃다가 끝난 하루였다.




어제는 수능시험이 있던 날이다. 수능성적이 중요하지 않은 삼수생 아들과 고3을 눈앞에 둔 딸이 드라마에 심취한 나를 사이에 두고 티키타카를 했다.


"오빠! 한국사 시험 어땠어? 나는 한국사가 젤 어려워!"

"그래? 그냥 봤는데."

"나 지난번 9월 모의고사에서 15점 맞았잖아. 이제는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야! 괜찮아. 나는 고등학교 때 빵점 맞은 적도 있어!"

"역시 (짝짝짝) 우린 남매가 맞아!”


둘은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 방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나는 생각했다. 내가 저것들을 뱃속에 품었을 때 소원이 뭐였더라. 그래... '세상의 선물이 되게 하소서!'

이래서야 선물이 될까 몹시 심란해지는 밤이다. 그래도 남매의 우애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으니 그걸로 조금 위안을 삼아보려고... 했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애들아 엄마는 좀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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