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180832 (그림, 채현교 作)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일이다.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아들은 파워레인저 놀이를 하고 딸은 그런 오빠를 따라다니며 오빠가 시키는 대로 매번 죽거나 맞는 역을 했다. 어느새 아들보다 말을 잘하게 된 딸이 더 이상 안하겠다며 장난감을 던지기 시작했다. 싸움은 눈만 뜨면 시작되어 눈 감아야 끝이 났다. 그날도 남매의 놀이는 말싸움과 일러바치기로 끝을 맺는가 싶더니 몇시간째 마지막 구간만 무한 재생되는 중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어디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왔다.
"누가 먼저 맞을래?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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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쎄한 분위기에 두 아이는 소리를 멈추고 서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수초 간 정적이 흘렀다. 이제 좀 엄마가 무서워졌나 내심 기대하던 차 두 아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내밀었다.
"안 내면 진거 가위바위보!"
결국 웃다가 끝난 하루였다.
어제는 수능시험이 있던 날이다. 수능성적이 중요하지 않은 삼수생 아들과 고3을 눈앞에 둔 딸이 드라마에 심취한 나를 사이에 두고 티키타카를 했다.
"오빠! 한국사 시험 어땠어? 나는 한국사가 젤 어려워!"
"그래? 그냥 봤는데."
"나 지난번 9월 모의고사에서 15점 맞았잖아. 이제는 진짜 공부해야 하는데..."
"야! 괜찮아. 나는 고등학교 때 빵점 맞은 적도 있어!"
"역시 (짝짝짝) 우린 남매가 맞아!”
둘은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 방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나는 생각했다. 내가 저것들을 뱃속에 품었을 때 소원이 뭐였더라. 그래... '세상의 선물이 되게 하소서!'
이래서야 선물이 될까 몹시 심란해지는 밤이다. 그래도 남매의 우애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으니 그걸로 조금 위안을 삼아보려고... 했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애들아 엄마는 좀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