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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Jun 09. 2022

어제와 다른 오늘

가벼운 생활 1

2015년에 ‘쓰레기 제로’라는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를 혼자 거창하게 시작했다. 블로그에 쓰레기 없이 지내는 일상을 기록하며 하루하루 발생하는 쓰레기들을 관찰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유리, 캔 종이와 같이 분리배출이 비교적 쉬운 걸 제외하고 나니 제일 골칫거리는 플라스틱이었다. 제로 웨이스트는 결국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문제였다.  


전에는 플라스틱 분리배출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이나 매립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플라스틱은 어쨌든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말인데, 잠시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지구 어딘가에 영원히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불편해졌다. 이러다 인류가 플라스틱 더미에 파묻히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 이제부터 플라스틱을 쓰지 않겠어!’

답은 플라스틱 사용을 하지 않는 거라 강한 확신을 갖고 집을 나선 첫날, 평소 습관대로 편의점에 들렀다가 작업실에 가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시작부터 막혔다. 편의점에 있는 물건들이 전부 플라스틱과 비닐로 꼼꼼히 포장되어 있었다. 어라, 원래 이랬나? 분명 같은 장소인데 어제와 오늘이 너무나 다르다. 어제까지만 해도 물도 사고 간식거리도 사던 곳이 오늘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온상지로 보인다. 포장된 물건을 너무나 당연히 여겼던 어제까지의 삶을 반성했다.


그래도 뭐 하나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편의점을 한 바퀴 돌아봤다. 구석구석 스캔을 하며 발견한 건 유리병에 담긴 탄산수였다. 겨우 하나 사서 밖으로 나서며 이젠 어디서 무얼 사야 할지 막막해졌다. 원래 빵도 살 계획이었지만 빵집 유리창 너머로 힐끔 본 풍경엔 모든 것이 다 비닐에 포장된 플라스틱 세상이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작업실로 갔다. 


‘크아-‘

묵직한 탄산수병을 꺼내 첫 모금을 따갑게 마셨다. 앞으로 물은 사 먹지 말고 집에서 물통에 담아 와야지. 1+1 하는 간식거리도 이젠 빠이빠이. 빵이나 간식은 대안이 생각날 때까지 우선 참아보기로 하고. 이참에 돈도 아끼고 건강도 돌보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몰라. 병에 포르르 올라오는 기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생각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플라스틱 없는 삶이 정말 가능하긴 한 건지, 여러 잡념들이 솟아올랐다 사라지며 ‘쓰레기 제로’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instagram @mindful.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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