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일기 6. 관객

by 이소

시원한 바람 깨끗한 공기. 이런 날씨가 가능한가 싶게 눈부신 날. 풀이 눕고 그 사이로 바람이 스스스 소리를 낸다. 풀의 곡선. 서정적 풍경 뒤편으로 사람들이 멈춰 서 있다. 무슨 일이지.

물고기 떼가 천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물고기들이 거꾸로 올라가는 길에 가끔 수심이 너무 얕아 배를 바닥에 대로 기어가야만 한다. 좌우로 버둥거리는 모습이 안쓰럽다. 힘겨운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 물고기가 보글보글하네.

- 물이 없어서 그런 거지? 물이 없어서?


새의 입장에서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먹잇감이 사방에 있다. 사냥보다는 채집이다. 사람들은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는 걸 지켜본다. 새는 부끄럽지 않다. 사람들이 남의 생계 활동을 보든 말든. 헤엄치는 물고기를 날개를 휘적이며 뒤따라가 낚아챈다. 긴 부리로 젓가락질하듯 물고기 몸통을 잡는다. 그런데 잡은 물고기를 바닥에서 다시 내려놓고 반찬 뒤적거리듯 머뭇거리더니 놓아주다시피 놓친다. 못내 아쉬웠는지 왜가리는 도망가는 물고기를 엉거주춤 몇 걸음 따라간다. 뭐 하는 거지.

그러더니 바로 다른 물고기를 잡는다. 이번에는 바로 목구멍으로 직행이다. 성공이다. 천변에 쪼르르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와-'하는 탄성을 뱉는다.


- 한 십오 센치 되려나. 꿀떡 삼켜버렸네.


한 아저씨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물고기의 크기를 가늠해보신다. 그분과 그 옆의 아저씨들은 낚시 TV를 보고 계셨던 게 분명하다. 새의 낚시가 끝나자 모두들 이제 흩어진다. 각자의 산책 속으로 사라진다. 나도 발걸음을 돌려 가던 길을 다시 걷는다. 아무래도 아까 처음 잡은 물고기를 놓아준 건 먹이가 목구멍으로 한 번에 삼키기 적당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왜가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찾고 있었나 보다.






제작_한산

유튜브_https://youtu.be/gnr2jxBU2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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