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일기 2. 아이, 노인과 비둘기

2019. 5. 11.

by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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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걸어가는 가족

아이는 전화로 저녁 7시에 게임 약속을 잡았다. 엄마와 할머니는 어떻게 하면 아이가 그 시간에 맞춰갈지 얘기했다. 할머니는 얼른 가서 얼른 먹고 얼른 가면 된다고 했다. 아이는 우리 그냥 집에 가서 밥 먹을까 했다. 할머니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양 엄지를 추어올렸다.


2. 앉아 있는 사람

건물들 사이로 들어오는 해는 계단을 따라 규칙적으로 꺾여 아름다운 패턴을 만들고 있다. 천변 계단에는 아주머니 셋, 노인 하나, 그리고 비둘기 몇. 아주머니 한 분의 상의엔 자줏빛 꽃이 뒤덮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새우깡을 옆에 두고 노란 음료를 종이컵에 담아 마셨다. 비둘기는 발아래 부서진 새우깡을 먹고 있다. 아주머니 셋, 노인과 비둘기 앞에 깨끗하지 않은 천이 있다. 이곳은 그나마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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