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는 내성이 없습니다.

by 바라 봄

요즘 일을 하면서 회의감이 너무 많이 든다.


요즘은 정말 인간이하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했던가, 지금은 호의가 계속되니 설명조차도 안 해준다.


그냥 해주세요. 하세요. 알아서 하세요. 찾아서 하세요. 오.늘.까.지..


아니면 언제까지, 언제 퇴근 전까지, 어떤 친구는 메신저에 남겨두라는 사람도 있다.


이번 달은 유난히 내가 맡은 업무가 아닌 많은 것들을 맡아서 해서 그런지, 감정소모가 심한 달인 것 같다.


경력 17년 차 차장급인 나에게도 정직원 사원, 선임들이 갑질을 한다.


물론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다짜고짜 해줘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하는 분들도 있다.


대기업 소속 프리랜서 개발자로 있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대기업 협력사 소속으로 일하는 사람일 뿐이다.


대기업 소속 정직원이 직책 상관없이 갑인 건 변하지 않은 본질이다.




대기업 IT구조에서 누가 제일 갑으로 파워가 셀까? 무조건 현업이다.


갑의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현업(고객)

현업 PI(Process Innovation) : 협업 쪽 업무혁신 현업 요구사항에 대해 수행사와 소통하는 사람

수행사 - 대기업 IT : 수행사 정직원

수행사 - 계열사 IT : 계열사 정직원

수행사 - 협력사 (소위 보도방 SI업체들) : SI정직원 또는 프리랜서


예전 프로젝트 때 현업에서 이번 고도화 프로젝트 때 무리하게 요구했던 사항이 있었는데


현업 PI도 불가능하다고 하고, 수행사 PM은 도저히 수용할 일정이 안 나온다고 거절했지만


결국 현업팀장, 현업 PI팀장, 수행사 팀장 셋이 만나서 개발기간 2달을 늘려서 요구사항을 다 수용하기로 했었다.


결국 현업에서 공수산정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에 갑 중에 갑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모듈과 협의해서 진행하는 작업이 있었는데, 우리 파트장이 핵심을 못 잡고 자꾸 이상한 얘기를 하니까 작업 메인으로 하는 선임이 갑자기 나에게 발작버튼이 켜져서 나한테 막 쏘아붙인다.


우리 파트장한테 답답한걸 왜 나한테 내 자리에 와서 화를 내는 걸까.


그 선임은 계열사 정직원이었는데 결국은 우리 파트장에게 결정해 달라는 말을 왜 나한테 돌려 말하면서 화를 낼까.


선임이면 고작 경력 3년 넘는 친구일 텐데 밤에 전화로도 화를 내고 진짜 미친놈인가 싶었다.


내가 만만한가? 계열사 정직원이라고 갑질하나? 참 어이없고 화를 내는 자체가 감정낭비 같아서 그냥 웃어넘겼다.


결국 같이한 작업은 마무리는 잘되었지만 저 선임의 본성을 다시 본 것 같았다.


1년 전에도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참 온순했는데, 이게 이 사람이 본성이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불과 2년 전, 한창 코로나가 돌고 있던 시절엔 재택이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 활용이 늘어나 서비스업, 배달앱 쪽이 활발해지면서 개발자 붐이 잠시 온 적이 있었다.


이쪽 바닥도 단가가 100만 원씩 인상될 정도였다.


당시 SI프로젝트도 많아지면서 이상한 현상이 잠시 생겼었다.


보통 프로젝트에 인터뷰(면접)를 보고 PM(ProjectManager)이 직접 레퍼런스 체크를 했다.


프로필에 수행했던 프로젝트 당시 참여했던 정직원을 찾아서 "이 개발자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거였다.


다른 대기업 수행 사여도 두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다고 들었다.


한 번이라도 "별로예요."란 반응이나 대답이 오면 뽑지 않았었다.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개발자들도 3~5개 골라갈 수 있으니 역으로 개발자들끼리 PM이름을 대고 역으로 레퍼런스 체크를 했었다.


"xxx라는 PM 어때요?"라고 해서 갑질이 심하거나 별로면 골라가던 시기가 있었다.


갑질 심하게 하는 사람은 곧 도태될 거란 얘기도 있었지만,


이런 개발자 붐이 몇 년 갈 줄 알았지만 정부에서 R&D예산 삭감으로 완전히 꺾여버렸다.


계엄 이후 프로젝트는 더더욱 없어졌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다시 프로젝트가 많아지려면 내년 3월쯤은 기다려야 될 거라고 다른 개발자들도 생각하고 있다.


나도 도피성으로 연단 위 계약하는 SM(운영, 유지보수) 쪽으로 오게 되었다.


내 주위에 짧게는 3달 길게는 6달 동안 프로젝트를 못 잡아서 쉬고 있는 프리랜서 분들도 많았다.


지금도 프리랜서 개발자 한 명 뽑는데 5~7명이 인터뷰 보러 오는 거 보면 프로젝트가 정말 없긴 한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SI(시스템 개발) 쪽에 있으면 내가 맡은 일 아니면 갑질하면서 뭔가를 더 하라고 하면 단가를 더 받거나 일정을 늘려서 할 수 있지만, SM(운영, 유지보수)같이 연단 위 계약한 상황에서는 갑질을 해도 딜을 할 방법이 없다.


당장 나갈 생각하고 싸울 거 아닌 이상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


갑질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내성이 생길 수가 없다.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갑질도 참 많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이, 올해까지만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만 계속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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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같이 프로젝트하던 차장님 그런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다.


"어느 순간 PM(ProjectManager), PL(ProjectLeader) 들이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야. 그거 진짜 ㅈ같아. 겪어보면 알아. 나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때는 하신 말씀에 공감하지 못했지만 이제 와닿고 있는 것 같다.


가끔 갑으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우리도 가끔은 갑이 되는 순간이 있지 않나


예전 군대에선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고 다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나중에 내가 갑이 된다면 "갑질도 매너 있게 하자"라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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