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첫째 아들이 학기 초에 기초학력진단평가 반에서 꼴찌를 하고 담임 선생님과 보충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서 난독증 관련해서 아동심리센터를 추천해 주셨다.
처음 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 선생님은 난독증은 아니고 아직 한글을 모르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나라에서 30번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현재 매주 월, 토 항상 가서 아들이 먼저 40~50분 수업을 하고 상담선생님과 부모 상담을 한다.
우린 항상 "책 읽으러 가는 거야~ 별거 아니야"라고 아들에게 얘기하며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아내가 상담을 받고 와서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
토요일은 둘째 아들 포함해서 다 같이 차를 타고 다녀오는데 집에 오는 동안 아내가 아무 말을 안 한다.
분명히 뭔가 안 좋은 얘기를 들었다고 짐작이 갔다.
집에 와서 애들은 자기 방에서 놀고 있고 아내는 나에게 넌지시 얘기했다.
"여보 갑자기 상담 선생님이 아버님이 많이 무서우냐고, 아이가 눈치를 너무 본다고"
"아들이 상담선생님한테 예전에 아빠가 숙제를 봐주는데 계속 빤히 쳐다보다가 엄청 혼난 적이 있다고 얘기했나 봐"
두세 달 전에 국어숙제를 하는 중 입으로 읽을 줄 알면서 문제를 못 풀길래 쳐다보다가
"네가 직접 읽었는데 왜 이해를 못 하냐"라고 혼낸 적이 있다.
이게 마음의 상처가 됐다는 걸 이제 알게 되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며칠간 심난해서 한숨만 계속 나왔다.
나는 아버지에게 겪은 안 좋은 추억만큼은 우리 아들들에게 되물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첫 번째, 집에서 술 마시지 않기
어렸을 때 기억에 항상 아버지는 술이 취하셔서 집안 집기를 다 집어던지고 난리를 치고 다음날 직접 고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서 코가 빨개져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하진 않았다. 정말 가끔이지만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다 아버지 40대쯤 간이 너무 안 좋아지셔서 술,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으셨다.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 약속한 것 중에 하나는 집에선 술을 절대 마시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즐거운 우리 집에서 취해있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사고 싶은 건 무조건 원하는 걸 사주자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핸드폰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너무 기대를 했다.
왜? 우리 누나는 제일 좋은 폰을 사주셨었다.
아버지와 핸드폰 매장을 들어가자마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공짜폰 있어요?"
나는 선택권조차도 없이 공짜폰을 받았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너무너무 실망을 했었다.
세 번째, 처음 겪는 건 무조건 알려주자
고등학교 때 아버지께 "아빠 면도하는 법좀 알려줘요"라고 하니
"알아서 해! 이 새끼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면도기도 1중 날 일회용 면도기를 썼었는데 해보니 별거 아니란 걸 느꼈지만 몇 번 베이고 나서 터득을 했다.
면도를 알려주는데 10초도 안 걸리는데 왜 화를 내셨을까 참 서운했다.
그 외에도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걸 알던 시기였기에 나는 어렸을 때 장난감, 게임기 같은 게 없어서 한이 맻쳤던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샀던 것들이 게임기 들이였다.
아버지와 대화를 해본 적이 많이 없었다.
항상 아버지는 토, 일 상관없이 일을 하셨고 어디를 놀러 갈 때도, 출발하다가 일이 들어오면 다시 집으로 와서 일을 나가셨다.
다 우리를 위해서였는데, 그만큼 치열하게 사셨는데 어렸을 땐 왜 이렇게 원망스러웠었는지
우리 가족이 놀러 가본 적은 딱 한 번이었다.
그것도 차에서 잠을 자서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너무 심난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나는 아버지한테 안 좋은 기억들 그런 거 절대 하고 싶지 않은데, 숙제할 때 혼낸걸 계속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하니 어머니께서 웃으시면서
"야~ 자식새끼 키우는 게 쉬운 줄 알았어? 너네도 똑같았어~~ 상처받았으면 아빠가 미안해하고 잘 풀어줘"
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아빠란 뭘까, 내가 다짐한 것들 말고도 나의 행동, 말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청춘을 바쳐서 나와 누나를 키우셨는데, 나는 이제 시작인데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우리 네 가족 정말 행복하고 싶다.
우선 망설이지 말고 아들에게 미안했다고 먼저 얘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