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근종 로봇 수술 제거 후 2년 정기 검진을 다녀오고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전신마취를 하고 아이 주먹만 한 자궁 근종을 제거했죠. 조각조각 잘려나간 자궁 근종은 지금쯤 형태도 없이 어딘가를 떠돌아다니고 있을까요? 일종의 상실감을 느끼고 애도의 시간이 거쳤지만 어딘가에 근종이 있을 거라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께서 죽음이 아닌 여행 중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처럼요.
시간은 2년이나 흘렀지만 그 날의 풍경-피부로 전해오던 차가운 수술대의 온도, 공기-은 아찔하리만큼 여전합니다. 복부에 남아있는 흉터 자국은 여전히 수술을 상기시킵니다. 이런 요소들은 주변에 흔적처럼 철썩 남아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고통'에 대해 두려움을 잊지 못하게 만듭니다.
정기 검진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익숙해질 법한 산부인과이고 익숙해질 법한 진료인데도 여전히 어색한 장소에 와있는 것처럼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자궁 근종보다 수술대에 오르고 회복하던 그 과정에 무서움을 기억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그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더욱 깊어짐을 자궁 근종을 관찰하며 깨달았기에 '수술 2년 후 정기 검진'도 씩씩하게 혼자 갔습니다. 부산에서 서울이란 긴 거리를 사라진 나의 친구, 자궁 근종을 애도하면서 말이죠. 우스갯소리로 짬이 좀 생겼죠?
인간의 가치,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더욱 깊어진다.
의학적으로 따지고 보면 자궁 근종, 별 거 아녀 보이는 이 것도 세포 변이의 일종입니다. 수술 후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다른 표현을 사용해보면 저는 여전히 환자입니다.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여전히 필요한 까닭입니다.
초음파 결과, 자궁 내부에 수술한 자국은 건강합니다. 그리고 1.6cm 근종이 여전히 하나 있습니다. 수술 이전부터 있던 건데 떼어내지도 않았고 다행히 눈에 띄게 유의해야 할 위험성도, 빠른 성장도 눈에 보이지 않는 녀석입니다. 나쁜 소식이라면 나쁜 소식일 수도 있는데 흥미롭게도 마음의 동요가 크지 않습니다. 이미 떠나간 8cm와 6cm 자궁 근종을 관찰하면서 마음이 단단해진 덕분입니다. 이런 상황쯤에 흔들리지 않아요. 물론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추적 관찰을 위해 9개월 뒤 초음파를 예약했습니다.
저의 선택은 여전히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천천히 자궁 근종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요. 하루 사이에 주식 가격이 변하고 한 달 사이에 새로운 가게가 즐비하게 거리에 들어서고 어제 봤던 유튜브 콘텐츠가 오늘날 구시대의 산물이 되는 격변의 시대에 역행하는 행보겠죠.
하지만 단언컨대 말할 수 있어요. 누군가의 흐름에 발맞추지 않고 나에게 적정한 속도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요. 내 몸을, 내 마음을 이렇게 관찰하는 온전히 나만의 박자를 살아간다는 것이요.
내 몸을, 마음을 관찰하는 온전한 나만의 박자